포장재 재활용 문제의 심각성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드러난다.

환경적측면에서 포장재는 단기간 사용 후 폐기되는 특성상 막대한 양의 쓰레기를 발생시킨다. 한국은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이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속하며, 포장재가 그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다층구조의 필름, 유색 PET, 알루미늄 코팅 종이팩 등은 기술적으로 재활용이 어려워 상당량이 소각·매립으로 전환된다.

경제적측면에서 재활용은 자원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는 생산자(공급자)의 혁신 유인을 제공하지 못한다. 분담금 제도는 사실상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는 구조로 작동하며, 이는 재활용 산업의 성장을 제약한다.

사회적측면에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분리배출 정보가 복잡하고 비직관적이다. PP, PS, PET, OTHER 등의 전문적 표기는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어렵고, 소비자의 분리배출 행위를 방해한다. 이는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며, 소비자 불신을 야기한다.

이러한 문제를 파악하고 단순히 현행 제도를 비판하는 데 머물지 않고, 포장재의 친환경화와 순환경제 구현을 위한 제도적 재설계 필요성을 가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첫째, 정책학적 관점에서 EPR의 본래 취지와 한국에서의 제도적 작동 간 괴리를 체계적으로 드러내고, 둘째,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담금 전가 구조와 소비자 가격 부담의 왜곡 문제를 설명하고, 셋째, 사회학적 관점에서 소비자 혼란과 제도의 정당성 훼손 문제를 조망해보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넷째, 환경공학적 관점에서 소재별 분리배출·재활용 표기의 형식주의를 분석하고, 실질적 자원순환 효과와의 단절을 비판해야 한다.

(사)한국패키징기술융합진흥원 원장 이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