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볶음밥 업체 한우물 직원이 전북 김제시 용지면 2생산공장에서 통새우볶음밥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 미국 코스트코와 트레이더조에 제품을 납품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사상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밥 냄새 어때요?”

지난 2일 찾은 전북 김제의 냉동 볶음밥 업체 한우물. 제2공장을 함께 둘러보던 이시관 품질팀장이 “밥 냄새의 미세한 차이를 알겠느냐”며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공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방진복을 입어야 했다. 반도체 공장을 연상하게 했다. 인체에서 나오는 작은 먼지조차 볶음밥을 오염시킬 수 있는 만큼 청결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요즘 이 회사는 24시간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미국 유통업체 코스트코와 트레이더조에서 이 회사 ‘통새우볶음밥’ ‘잡채볶음밥’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면서다.

◇ 첫 수출 제품은 ‘쓴맛’

K푸드 전성시대를 맞아 중소·중견 식품업체도 글로벌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한우물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며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최정운 한우물 대표는 김제 인근에서 17년 동안 벼농사를 짓다가 2006년 농산물 가공업체 한우물을 세웠다. 출범 당시 매출은 20억원에 불과했다. 2009년 벼농사 경험을 살려 냉동 볶음밥 사업을 시작했다. 대형 식품업체의 볶음밥을 납품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주력이었다.

최 대표는 OEM에 만족하지 않았다. 자체 브랜드를 내놓고 수출에 도전하기로 했다. 2013년 출시한 ‘곤드레나물밥’이 시작이었다. 강원도에서 공수한 곤드레 나물을 듬뿍 넣은 이 제품은 국내에서 인기몰이를 했다. 최 대표는 “2013년 전북테크노파크의 수출사업 지원 사업자로 선정된 뒤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며 “미국 코스트코 납품을 뚫기까지 2년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2017년 드디어 코스트코에 입점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수출 실적이 고작 2억~3억원에 불과했다. 최 대표는 “곤드레나물밥은 현지에서 크게 실패했다”며 “나물류에 대한 미국인의 거부감이 상당히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한우물은 그해 출시한 통새우볶음밥에 다시 기대를 걸었다. 직원들이 “중국 식당에서 먹는 그 볶음밥 맛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자평할 만큼 맛에 자신이 있었다. 2018년 통새우볶음밥을 미국 시장에 선보이면서 수출 실적도 괄목할 만큼 늘었다. 2017년 2억원에 불과하던 수출 실적이 해마다 늘어 지난해 360억원으로 불어났다. 미국 소비자는 통새우볶음밥 풍미가 풍부하다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최 대표는 맛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회사에서 나오는 볶음밥을 모두 시식한다. 그는 “가마솥으로 밥을 짓듯이 가스 불로 밥솥을 데우는 ‘가마솥직화 방식’으로 조리한다”며 “찰기가 고슬고슬한 밥알을 급속 동결 방식으로 냉동해 갓 지은 밥맛을 오래도록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 내년 600억원 수출 목표

한우물의 냉동볶음밥은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영국, 호주 등 9개국에 수출 중이다. 미국과 캐나다 코스트코 317개 매장에 입점했고, 호주 대형마트 체인 콜스에도 납품하고 있다. 통새우볶음밥과 함께 낙지볶음밥, 김밥 등도 수출한다. 올해 내놓은 잡채볶음밥도 속속 입점하고 있다. 최근 주요 제품의 할랄 인증 취득 절차를 밟는 등 중동 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실적도 늘어 내년에는 수출 600억원, 매출 160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악재도 적지 않다. 한때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김밥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K컬처를 향한 호기심에 판매량이 늘었지만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는 실패하며 ‘원히트’ 제품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핵심 수출국인 미국이 농수산식품에 15% 관세를 물려 채산성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최 대표는 “오전 7시에 출근해 대부분을 국내외 영업에 매진하고 있다”며 “한국 쌀의 독특한 매력과 품질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