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개의 뉴스가 눈에 걸렸다. ‘미국은 해킹 나면 원팀이 뜨는데…한국은 부처별 칸막이 대응’(중앙일보, 2025.9.23)과 ‘정부, 부처별 칸막이식 클라우드 정책 정비’(뉴시스, 2025.9.29). 전자는 문제를 드러내고, 후자는 문제를 인정한 뒤 뒤늦게 손보겠다는 신호다. 두 기사는 서로 다른 지면에 실렸지만 한 문장으로 수렴한다. ‘칸막이 행정으로는 복합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

칸막이는 과거에는 미덕이었다. 복잡한 정부 업무를 전문성과 책임으로 쪼개야 누수가 줄고 효율이 높아졌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는 경계 밖에서 온다. 사이버 공격은 통신·금융·산업 설비를 함께 건드리고, 기후위기는 에너지·국토·복지를 한꺼번에 흔든다. 기술 혁신은 연구개발과 규제, 표준, 조달, 수출이 한 몸처럼 움직일 때 산업이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소관’으로 출발해 ‘관할’로 멈춘다. 문제는 통합인데, 해법은 분절에서만 찾는 셈이다.

미국이 ‘원팀’을 전제로 위기 컨트롤타워를 즉시 가동한다면, 우리는 ‘누가 주관이냐’는 질문으로 골든타임을 흘려보내곤 했다. 부처 합동 회의가 열려도 결정과 실행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남는다. 데이터는 보안과 책임을 이유로 공유가 지연되고, 예산은 장벽을 넘지 못한다. 현장의 기업과 시민이 체감하는 건 신속함이 아니라 복잡한 창구와 책임의 공백이다.

해법으로 6가지를 제안한다

해법은 낯선 것이 아니다. 첫째, 문제 중심으로 작동하는 ‘상시 원팀’을 정례화해야 한다. 국무조정실이 컨트롤타워가 돼 과기·산업·중기·환경·복지 등 주요 부처와 민간을 묶는 상설 태스크포스를 두고, 적어도 사이버 보안·디지털 인프라·기후·바이오 같은 핵심 아젠다는 상시 협업 체계를 표준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미션 기반 예산과 성과를 도입해야 한다. 부처별 예산을 ‘과제 단위’로 묶어 공동 KPI를 부여하면, 서로의 성과가 얽힌 구조가 만들어진다. 셋째, 데이터 연동과 규제 샌드박스, 조달·수출 연계를 패키지로 설계해야 한다. 개별 지원이 아니라 ‘연결된 여정’을 설계하는 것이다.

넷째, 사람을 섞어야 한다. 전략적 인사교류와 경력개방형 직위를 넓혀 부처 간 언어를 통역할 ‘브릿지 인력’을 키워야 한다. 정책은 시스템이 만들지만, 시스템은 사람의 경험으로 작동한다. 다섯째, 책임의 선을 명확히 그리되, 책임의 주체는 한곳으로 모아야 한다. 지휘계통은 단순해야 실행이 빨라진다. 여섯째, 실패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기록이 있어야 배움이 생기고, 배움이 있어야 다음 위기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정부는 기업에게 배워야 한다

다행히 변화의 조짐도 있다. 부처 간 데이터 칸막이를 줄이고 서류 제출을 줄이려는 시도, 협업 과제를 선정해 부처 간 연결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이어진다. 그러나 선언과 시범은 출발선일 뿐이다. 상시화·제도화·평가의 고리를 채워야 비로소 문화가 된다. 국가 경쟁력이 ‘얼마나 잘 나누는가’에서 ‘얼마나 잘 연결하는가’로 바뀐 지금, 우리의 리더십도 연결로 증명돼야 한다. 미래의 문제는 한 부처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답 역시 한 부처의 답이어서는 안 된다. 칸막이를 넘어선 원팀, 그것이 혁신의 시작이다.

지난달 전자정부 클라우드 정책을 부처별로 나눠 운영해 온 관행을 고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드러난 디지털 인프라의 취약성과 맞물려, 클라우드·보안·운영을 하나의 관점으로 다루겠다는 선언이다. 이런 조치가 ‘사건 대응’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제도 설계를 넘어 실행의 구심을 분명히 해야 한다. 사례는 이미 존재한다. 핵심은 ‘사이좋은 사진’이 아니라, 결과를 만드는 지휘·예산·데이터의 통합이다. 언제까지 이런 지적을 계속 받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