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면역체계의 균형과 조절의 중요성을 규명한 매리 브랑코, 프레드 람스델, 시몬 사카구치(왼쪽부터)에게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의 영예가 돌아갔다. 노벨위원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인체 면역체계의 균형을 밝히고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연 세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6일(현지시간)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말초 면역 관용 관련 발견으로 인체 면역 관련 연구에 기여한 미국의 매리 브랑코, 프레드 람스델, 일본의 사카구치 시몬에게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면역체계가 외부의 적은 공격하면서도 자기 몸은 보호할 수 있는 이유를 밝혀냈다. 이들은 우리 몸의 ‘면역 브레이크’로 불리는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의 존재와 그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
면역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침입자를 막는 우리 몸의 방어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 면역 반응이 너무 강하면 오히려 자기 세포를 공격해 류머티즘, 루푸스, 제1형 당뇨병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킨다. 즉, 면역이 강하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사카구치 일본 오사카대 교수는 1995년, 이 균형을 지키는 새로운 면역세포를 발견했다. 그는 이 세포가 과도한 면역반응을 억제해 우리 몸이 스스로를 공격하지 않게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고, 이 세포를 ‘조절 T세포’라고 명명했다. 이 세포는 마치 자동차의 브레이크처럼 면역의 속도를 조절해 폭주를 막는다.
이후 미국 시애틀 시스템생물학연구소의 브랑코 선임 프로그램 매니저와 람스델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 과학자문역은 이 조절 T세포를 움직이는 핵심 유전자 ‘FOXP3’ 유전자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 유전자가 손상되면 조절 T세포가 만들어지지 않아 면역체계가 스스로를 공격하게 된다. 이들은 FOXP3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희귀 질환 ‘IPEX 증후군’을 통해, 이 유전자가 인체 면역 균형의 ‘마스터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들의 연구는 단순히 면역학의 이해를 넓힌 데 그치지 않는다. 면역의 브레이크를 적절히 조절하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자가면역질환, 장기이식 거부반응, 암 치료까지 폭넓게 응용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면역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질환에는 조절 T세포를 활성화시켜 염증을 줄이고 반대로 암 치료에서는 이 브레이크를 부분적으로 해제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 적극적으로 공격하게 만드는 치료 전략이 가능해졌다.
과학계에서는 이번 노벨상은 면역은 강함보다 조화가 중요하다는 생명의 원리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면역학의 발전은 자가면역질환과 암 치료, 장기이식 등 난치성 질환의 정밀의학을 한 단계 더 진보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올레 캄페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들의 발견은 면역 체계가 작동 원리와 왜 우리 모두가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을 겪지 않는지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으로 이들은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4000만원)를 똑같이 나눠서 받게 된다.
한편 노벨위원회는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7일 물리학상, 8일 화학상, 9일 문학상, 10일 평화상, 13일 경제학상 등의 수상자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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