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2000년대 초) 스타일과 긱시크(Geek Chic)가 결합되며 K안경이 백화점 1층 ‘노른자 땅’을 차지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은 립스틱처럼 스타일 변화를 즉각적으로 완성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안경을 중심에 배치했다. 롯데백화점의 안경·선글라스 매출은 전년보다 40% 증가했고,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에서도 각각 16%, 13.6% 상승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더현대서울, 롯데월드몰 통로 등에서 K안경 브랜드의 입점이 이어졌다. 젠틀몬스터와 신진 브랜드 '리끌로우'는 팝업 스토어와 고정 매장을 오픈하며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 소비자 반응도 뜨겁다. 백화점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들이 기념품처럼 K안경을 구매하면서 유럽·일본산 하이엔드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백화점 측은 “외국인 매출이 70% 급증했다”고 밝혔다.
국내 안경 산업은 ‘20분 안경’이라는 속도 경쟁력도 갖췄다. 검안부터 시력측정, 조제, 출고까지 20분 이내 가능하며, 이 시스템 덕분에 미국·유럽에서도 한국에서 안경을 맞추기 위해 방문하기도 한다.
국제 매체에도 K안경 열풍이 소개되고 있다. 패션 전문 미디어 ‘Fashion Chingu’는 미니멀한 금속 프레임·투명 렌즈 스타일이 '책 읽는 듯한 시크함(Book Chic)'으로 뉴욕 등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Dollger’는 메탈 스퀘어, 하프림, 레트로 라운드, 캣아이 등 다양한 형태의 K안경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전했다.
젠틀몬스터는 2011년 설립 이후 아시아인의 얼굴형에 맞춘 ‘오버사이즈 프레임’을 선보이며 미국 로스앤젤레스·뉴욕에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했고 41개 직영 매장과 전세계 450개 소매점을 운영 중이며, LVMH가 투자한 기업으로 럭셔리 아이웨어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신진 브랜드도 주목받고 있다. ‘Blue Elephant’, ‘LASH’, ‘CARIN’ 등은 ‘제2의 젠틀몬스터’로 불리며 미국·유럽 진출을 가속 중이다. CARIN은 BTS를 비롯한 K‑드라마 스타들의 착용으로 ‘귀엽고 세련된’ 이미지를 구축 중이다8.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패션·기능성·접근성의 삼박자가 있다. 소비자는 Y2K 감성과 긱시크의 시크함을 동시에 즐기고, UV 차단·내구성 등 기능적 만족을 얻으며, 빠른 제작·합리적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특히 2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가격대는 고가 화장품이나 명품 안경보다 적은 지출로 스타일 변화를 누릴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시장분석가 문경선 유로모니터 한국 총괄은 “안경은 립스틱처럼 부담 적고 스타일 변화를 줄 수 있는 아이템”이라며 “K패션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미국에서도 K안경이 패션 피사체로 부상하고 있으며 뉴욕 맨해튼 소호·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매장 앞에는 젠틀몬스터 등 K안경 브랜드의 팝업과 플래그십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는 K팝·K뷰티에 이어 K패션의 또 다른 글로벌 진출 의미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