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의 중소기업 혜성이아이엠(EIM)이 스마트공장 혁신을 통해 완제품 제조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계기로 사출부터 조립까지 전 공정을 개선하고 신제품 양산 체계까지 구축했다.

혜성이아이엠은 2012년 설립돼 금융 자동화 부품, 반도체 물류 이송 부품, 진단키트 튜브 사출품 등을 주력으로 생산해왔다. 회사의 강점은 정밀사출 분야에 특화된 기술력이다. 수축률, 재질별 흐름 특성 등 미세한 차이를 고려한 금형 설계와 소재 혼합비·냉각 속도 조정 등은 수년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축적한 노하우다.

하지만 임영호 대표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위기감을 떨칠 수 없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매출이 하향세를 그리며 외부 수요에만 의존하는 구조의 한계를 실감했다.

이에 혜성이아이엠은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춘 삼성전자에 손을 내밀었다. 2022년 삼성전자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와 협력해 본격적인 혁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초기에 확인된 문제는 복합적이었다. 당시 공장 내 레이아웃으로는 제품 이동 거리가 길고 설비 간 간격도 비효율적이었다. 특히 사출 공정은 수작업으로 원료를 공급하는 방식이 유지돼 작업자 숙련도에 따라 품질 편차가 발생했다. 조립 라인도 표준 작업 지침 없이 각자 방식으로 운영되는 등 구조적 한계가 뚜렷했다.

삼성전자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현장 혁신’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사출 공정에는 자동 공급 시스템을 적용해 원자재 투입을 자동화하고 작업자 오류와 재료 손실을 줄였다.

또 사출 금형 구조를 바꿔 제품의 불필요한 돌기를 제거하는 방식을 새로 도입했다. 이로 인해 사출 후 별도로 깎아내는 후가공 작업이 사라졌고 생산 속도는 빨라졌으며 제품 간 품질 차이도 줄었다. 수작업으로 하던 15초짜리 작업이 완전히 사라졌다.

임영호혜성이아이엠대표이사(왼쪽)와 조진우삼성스마트공장위원이 생산제품을 살펴보고있다.

조립 공정은 셀(cell) 방식으로 전환돼 작업 동선과 공정 흐름이 최적화됐다. 사출 기준 하루 생산량은 기존 40개 수준에서 50개 이상으로 증가했고 손실률은 8% 감소했다. 조립 공정은 기존 평균 34.9분에서 27.9분으로 단축돼 작업 효율이 크게 개선됐다.

혁신은 생산성과 품질 개선에 그치지 않았다. 공정 간 연동성이 높아지면서 부서 간 협업 문화도 변화했다. 생산부서는 품질관리팀과 함께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불량 원인 분석과 예방 조치를 선제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혜성이아이엠이 이번 혁신에서 거둔 가장 큰 변화는 ‘완제품 제조기업’으로 도약한 것이다. 기존에는 고객사의 설계 사양에 맞춘 부품을 생산하는 데 그쳤지만, 이번에는 자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헬스케어 제품을 직접 개발했다. 제품 설계, 금형 개발, 사출 공정 세팅, 조립 라인 구축, 품질 신뢰성 테스트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 주도로 수행했다.

처음에는 모터, 기구 설계, 소음 진동 테스트 등에서 시행착오가 반복됐지만 삼성전자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 전문가들이 단계별로 투입돼 구조 설계 검토, 소음 개선, 내구성 시험 방법 제안 등 세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경쟁 제품의 성능 기준 분석, 예상 소비자가격 산정 등도 함께 도왔다. 임 대표는 “처음 해보는 일이라 불안도 컸지만 우리 손으로 완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혜성이아이엠은 혁신 활동으로 ESG 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 기반도 함께 마련했다. 작업장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조립·사출 공정에 에너지 고효율 설비를 적용하고 작업자 동선 조정으로 근골격계 질환 위험을 낮췄다. 또 안전 매뉴얼을 수립하고 설비별 안전 가이드라인을 현장에 도입했다.

사출과 조립 공정 모두에서 이물 관리 기준을 강화해 품질 리스크를 줄였고 제품 설계 단계부터 소비자 안전성을 고려해 발목 지지대, 펌핑 구조 등 핵심 부품 설계를 개선했다.

2024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주최하고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하는 ‘국가품질혁신경진대회’에서 중소기업 부문 은상을 수상하며 성과를 공인받았다. 삼성전자와의 협업이 단순한 기술 지원이 아니라 공장의 DNA를 바꾸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혜성이아이엠은 완제품 양산 체계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헬스케어 신제품은 국내 출시 이후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인증·유통망 확보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회사는 중장기적으로 자체 브랜드를 강화하고 기업 간 거래(B2B) 부품 제조와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완제품 판매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도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고도화 사업에 지속해서 참여할 예정이다.

임 대표는 “삼성과 함께한 혁신 활동으로 공장 뼈대를 바꿨고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하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며 “아직은 작은 회사지만 끝까지 혁신을 이어가 전 세계 가정에 우리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뛰겠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