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마시는 커피 한 잔. 그 커피를 만들기 위해 갈아낸 원두의 99%는 우리가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커피 찌꺼기라는 이름의 ‘쓰레기’로 버려진다. 겉보기에 커피는 향기롭고 일상의 쉼표를 제공하는 존재지만, 사실상 우리가 마시는 그 한 잔 뒤에는 보이지 않는 환경비용이 숨어 있다. 우리가 흔히 넘기는 이 쓰레기, 과연 그냥 버려도 되는 것일까?

커피 찌꺼기는 유기성 폐기물이다. 그대로 땅에 묻히면 분해되는 과정에서 메탄가스를 발생시키는데, 이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5배 강한 온실가스다. 또 소각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방출된다. 이런 환경적 문제를 감안할 때, 원두커피 찌꺼기는 그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온실가스를 만들며 사라지는 존재’다.

전 세계 커피 소비량은 연간 약 100억 킬로그램 이상이다. 이를 감안하면 매년 최소 수백만 톤 이상의 커피 찌꺼기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은 결코 작지 않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식품 쓰레기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체의 8~10%로 추산했는데, 그 중심에 커피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문제는 곧 기회’라는 점이다. 이 쓰레기를 그냥 버릴 것이 아니라, 기술과 아이디어를 통해 자원으로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5차산업혁명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커피 찌꺼기를 바이오연료, 퇴비, 가죽 대체재, 건축 자재 등으로 활용하는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영국의 스타트업 ‘바이오빈(Bio-bean)’은 커피 찌꺼기를 모아 바이오 펠릿을 만들어 난방연료로 사용하고, 독일에서는 커피 찌꺼기로 만든 컵이나 플라스틱 대체 소재가 상용화되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해야 할 시점이다.

이는 단순한 재활용을 넘은 ‘기술사업화’의 문제다. 기술 그 자체만으로는 가치가 없다. 기술이 시장에서 고객을 만나야 비로소 가치가 생긴다. 커피 찌꺼기를 단순한 폐기물이 아닌 ‘활용 가능한 산업소재’로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처럼 커피 소비량이 많은 국가에서는, 이 문제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바라보는 프레임의 전환이 시급하다.

정부 R&D 예산이 연간 수십조 원에 달하지만, 여전히 기술사업화율은 15%를 넘지 못한다. 기술은 넘치는데, 사업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다. 커피 찌꺼기 문제 역시 기술은 이미 존재하지만, 이것이 비즈니스로 구현되지 않고 있다면 정부와 민간이 함께 이걸 연결해주는 메커니즘을 설계해야 한다. 커피 찌꺼기 기반의 친환경 스타트업, 청년 창업 지원, 공공기관의 선도적 구매 등의 방법이 모두 가능하다.

결국 기후위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실행의 문제’다. 그리고 실행이야말로 사업가와 정책가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기술사업화의 관점에서 커피 찌꺼기 문제를 본다면, 이는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은 새로운 성장의 기회다. 탄소를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인 것이다.

우리는 이제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용자이자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커피 찌꺼기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바뀌면, 지구온난화도 막고, 새로운 산업도 시작할 수 있다. 일상의 작은 습관이 곧 미래를 바꾸는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다시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