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7일, 비트코인 가격이 전광판에 '6자리 숫자($100,000)'를 찍었을 때만 해도 시장은 영원한 우상향을 노래했고, 달러·원 환율은 1300원대에서 평온해 보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비트코인 8만 달러대와 4분기 달러·원 환율 1450~1480원이라는 기묘한 조합 앞에 서 있다.
2025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돌이켜볼 때, 전문가들이 내놓았던 예측과 실제 결과가 가장 크게 어긋났던 분야는 크게 비트코인, AI 산업의 구도, 그리고 글로벌 거시 경제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예상치 못한 기술적 돌파구'와 '정치적 변수'가 결합하면서 많은 분석가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연초만 해도 비트코인 가격이 이른바 '심리적 저항선'인 10만 달러를 돌파하며 강력한 상승장을 연출하자, 많은 자산운용사와 분석가들은 2025년 말 비트코인이 20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안착과 트럼프 행정부의 친 암호화폐 정책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폭발적인 성장보다는 박스권에 갇히거나 완만한 흐름을 보이다, 12월 말 현재 연초보다 10% 이상 떨어진 8만 7000달러 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2025년 초, 시장은 엔비디아와 빅테크들이 주도하는 고비용 AI 모델의 독주가 계속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중국의 '딥시크(DeepSeek)'와 같은 효율적인 저비용 모델의 등장은 시장의 전제를 뿌리째 흔들었다. 거대 자본과 고성능 GPU를 가진 기업만이 AI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비싼 모델이 항상 이긴다'는 믿음에 금이 간 것이다. 이로 인해 'AI 버블론'과 '순환 금융(Circular Funding)'에 대한 경고음이 예상보다 훨씬 크게 울렸다. 순환 금융은 AI 열풍으로 인한 하드웨어(GPU, 데이터 센터) 소비가 폭증하면서, AI 인프라 투자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투자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거라는 믿음으로 금융이 돈을 계속 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2025년에는 고금리와 보호무역주의(관세 전쟁)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GDP 성장률이 하락하고 소비 위축으로 인한 'Gloomy 2025'을 예고했었다. 그러나 세계은행 등의 보고에 따르면, 세계 경제는 우려와 달리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며 'R(Recession)의 공포'를 비웃듯 대부분의 경제 지표들이 반등했다. '회복력(Resilience)' 있는 모습을 보이며, 오히려 2024년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날 글로벌 금융시장을 관통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의 부재, 즉 책임과 위험의 불일치다. 스킨 인 더 게임은 '월가의 현자'로 불리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가 그의 저서 제목으로 사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용어로, 자신의 행동과 선택에 따른 결과(이익과 손실 모두)에 책임을 지는 태도를 뜻한다. 탈레브는 현대 사회의 많은 문제가 '책임지지 않는 전문가들' 때문에 발생한다고 지적하면서, 누구든 어떤 전망을 내놓거나, 투자를 권유하거나 정책을 실행할 때, 만약 실패하게 되면 그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살갗(Skin)이 벗겨질 정도의 고통을 함께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Skin'은 자신의 살을, 'Game'은 자신이 참여한 상황을 의미한다. 즉,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살이 깎여 나가는 것과 같은 실질적인 손실(금전적 손실, 평판 하락 등)로 결과에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이 개념은 단순히 투자 원칙을 넘어 시스템의 근본적인 공정성과 안정성을 논하는 핵심 키워드다.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의 결정에 따른 결과에 대해 실질적인 책임을 지지 않을 때, 시장은 왜곡되고 위기의 위험은 증폭된다. 탈레브는 이를 '위험의 전이(Transfer of Risk)'라 했다. 결정을 내리는 사람과 그 결정의 피해를 입는 사람이 분리될 때, 시스템은 비대칭성에 빠지게 되며, 이 비대칭은 결국 시스템 전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스킨 인 더 게임이 없다는 건, 하이 리스크의 수익은 본인이 챙기고 로우 리스크의 손실은 타인에게 떠넘기는 도덕적 해이가 구조화되었다는 뜻이다. 결국 책임 없는 결정이 만드는 비대칭의 비극이다.
투자전문가이면서,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로 유명한 미국의 로버트 기요사키 사례는 스킨 인 더 게임의 전형적인 논쟁 거리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이 100만 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며 강력한 매수를 권장해 왔지만, 금년 11월, 비트코인 가격이 9만 달러일 때 본인은 33억 원어치를 매도했다. "절대 팔지 않겠다"던 발언과 배치되어 비트코인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자신은 저점에서 사서 고점에서 수익을 실현하면서, 대중들에게는 가격이 계속 올라갈 거니까 "더 비싸지기 전에 사라"고 부추긴 행태는 전형적인 '펌프 앤 덤프(Pump and Dump)'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기요사키는 비록 돈을 걸고 투자했지만,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최근 금융시장의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와 기후 금융 분야에서도 스킨 인 더 게임의 부재는 두드러진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는 명분 아래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실상은 '그린 워싱(Greenwashing)'이 만연해 있다. 많은 자산 운용사들은 ESG 펀드를 출시하며 친환경 기업에 투자한다고 홍보하지만, 정작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기업들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 이는 운용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 데는 혈안이 되어 있으면서, 실제 환경적·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본질적인 책임은 회피하는 행태다. 투자자들은 기만당하고, 자금은 비효율적으로 배분된다. 만약 ESG 투자가 약속한 성과나 가치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운용사들이 입는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을까.
복잡한 차트와 이론으로 무장하고 '현란한 말'로 대중을 사로잡지만, 자신의 예측이 틀렸을 때 잃을 게 없는 사람들, 특히 현실보다 이론의 정합성에 집착한 가짜 전문가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우리는 보통 많이 배운 지식인들을 전문가라고 하지만, 스킨 인 더 게임의 관점에서 보면 진짜 전문가는 '실제로 해본 사람'이다. 진짜 전문가는 이론은 부족할지 몰라도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며, 자신의 판단이 틀리면 즉각적인 금전적 손실이나 평판의 하락으로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현실 세계의 복잡성은 단지 이론적인 수식으로 다 담을 수 없다. 진짜 지식은 도서관이 아니라 '생존을 건 피드백 루프'에서 나온다. 학위나 자격증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주장에 얼마나 많은 '스킨(Skin)'을 걸었는가이다.
보통 윤리를 말할 때 "당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 (Golden Rule)'을 얘기한다. 하지만 스킨 인 더 게임은 '실버 룰(Silver Rule)'을 강조한다. "당신이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마라." 리스크의 전이를 원천 차단하는 원칙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을 남에게 권하지 않는 것, 자신이 먹지 않을 음식을 손님에게 내놓지 않는 것. 이것이 공정함의 최소 요건이다. 스킨 인 더 게임이 없는 조언은 무책임한 선동일뿐이고, 그런 조언을 따르는 건 남의 도박판에 내 돈을 판돈으로 대는 꼴이 된다. 이제 현실의 역동성을 무시한 채 통계적 유의미나 논리적 매끄러움에만 매몰되어, 아무런 책임도 없이 조언만 하는 '지적 사기꾼(IYI, Intellectual Yet Idiot)'들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전망은 과거의 거울이지만, 미래는 늘 새로운 창이 열린다(Prospects are mirrors of the past; the future, however, is a window to the new.)"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책임지지 않는 자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스킨 인 더 게임이 없다면, 그것은 지식이 아니라 단지 소음일 뿐이다. 책임지지 않는 말들의 잔치가 끝날 때, 비로소 시장의 왜곡은 바로잡힐 것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