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등장하면서 빠르게 대체될 것으로 꼽히는 분야가 콜센터로 통하는 고객상담센터다. 지금까지 사람이 응대하던 것을 목소리를 알아듣는 AI가 대신한다.
이 분야에서 주목받는 신생기업(스타트업)이 2022년 설립된 베이글칩스다. 이곳은 음성을 문자로 바꿔주거나 문자를 음성으로 전환하고, 목소리 주인공을 찾아내는 AI 기술을 개발해 공공기관과 기업의 고객상담센터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창업자인 정우철(50) 대표를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났다.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한 정우철 베이글칩스 대표가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를 하며 문자를 음성으로 바꿔 들려주는 TTS 기술을 설명하며 이를 상징하는 행동으로 돋보기를 귀에 대보고 있다.
 
딥시크 같은 기술 개발
이 업체는 음성을 문자로 변환하는 STT 기술, 음성을 문자로 바꾸는 TTS 기술,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아내는 화자 인식(SV) 및 대화형 로봇소프트웨어(챗봇) 기술 등을 갖고 있다. 고객상담센터에서 많이 사용하는 STT 기술은 전화로 상담한 내용을 문자로 바꿔준다. 이를 통해 상담 내용을 다시 확인하며 실수가 없도록 한다. 반대로 TTS는 AI가 사람의 목소리를 학습해 문자 내용을 음성으로 전달한다. "AI를 이용한 STT와 TTS가 핵심 기술이죠. STT 기술은 'V.STT', TTS 기술은 'V.TTS'라고 불러요."
정 대표는 이미 널리 알려진 STT와 TTS에 자체 개발한 AI를 결합해 차별화했다. 여기에 적용한 것이 딥시크 전략이다. 중국 AI 개발업체 딥시크는 미국에서 고성능 AI 반도체 등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자 저성능 AI 반도체를 이용한 저비용 고효율의 AI '딥시크 R1'을 지난해 발표해 화제가 됐다.
이 업체는 자체 개발한 AI 기술을 이용해 컴퓨터 자원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낮은 비용으로 AI 고객상담센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여러 업체들이 미국에서 만들어 공개한(오픈소스) STT, TTS 기술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해요. 그러면 컴퓨터 자원이 많이 필요해요. 우리는 오픈소스를 가져와 가볍게 만들어 저성능 컴퓨터에서도 AI 고객상담센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했어요. 즉 가벼운 오픈소스로 기업의 부담을 낮춘 것이 핵심이죠."
정 대표는 이 업체의 기술을 도입한 국내 금융업체 A사를 예로 들었다. "A사에서 사용하는 AI 고객상담센터는 400명의 상담사가 동시 사용해도 72코어 중앙처리장치(CPU) 4개만 있으면 돼요. 반면 다른 업체 기술을 사용하면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8장이 필요해요. 72코어 CPU 4개는 1억2,000만 원 정도인데 GPU 8장이 들어간 서버 8대는 16억 원 정도 하죠."
목소리의 주인공을 가리는 화자 인식 기술은 최근 공공 및 기업 보안의 중요 수단으로 부상했다. 이 업체가 개발한 'V.SV' 기술은 AI가 사전에 목소리를 학습해 음성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한다. "AI가 목소리를 60~100초 정도 학습하면 통화할 때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아내요. 따로 전화번호, 생년월일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묻지 않아도 돼요. 현재 이 기술은 지난 7월 국가 예산을 다루는 기획재정부 산하 모 기관에 도입됐어요."
화자 인식 기술에 STT, TTS 등을 집약한 것이 자체 개발한 'V.콜봇' 서비스다. "V.콜봇은 상담원을 대신해 AI가 무인으로 답변해줘요. 한국전자금융, 갤러리아백화점 등에서 사용하죠."
112 신고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 상담까지 다양하게 적용
비용 절감과 빠른 대응 등 여러 이유로 이 업체의 STT와 TTS, 화자 인식 기술 및 V.콜봇 등을 사용하는 국내 공공기관과 기업은 약 80곳에 이른다. "경찰청, 대구시청, 기획재정부 산하 기관, 한국전력, 삼성전자, 풀무원, 미래에셋증권, 유진투자증권, LS증권, 부산은행 등 고객사가 다양해요."
정 대표에 따르면 경찰청에서는 AI가 112 신고전화 내용을 파악해 경찰관의 긴급 사건 분류를 돕는다. 한국전력은 해킹 위험을 막기 위해 18개 변전소의 전력 중계를 사람이 통화하며 실시하는데 여기에 STT 기술을 적용해 AI가 자동으로 전력중계 보고서를 작성한다.
삼성전자는 이 업체 기술을 이용해 직원들을 위한 사내상담센터를 운영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시설이 모여 있는 화성캠퍼스에서 일하는 직원 5만 명을 위한 사내상담센터를 운영해요. 반도체공장은 24시간 돌아가기 때문에 사내상담센터도 24시간 대응이 필요하죠. 여기에 콜봇을 적용해 상담 전화의 90%를 처리해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나 석면 피해자들을 위한 상담전화에도 이 업체 기술이 쓰인다.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 업체들과 석면업체들은 제품을 판매한 지 10년이 넘어 관련 제품의 상담 전화를 받지 않아요. 하지만 10년이 지나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한국산업환경기술원에서 업체들을 대신해 상담 전화를 받고 기업에 처리 여부를 전달하죠. 여기에 12월 15일부터 자체 개발한 AI 기술이 적용돼요. AI가 상담자 목소리를 문자로 변환해 상담사가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추출해 보여주죠."
일자리 전환에도 기여했다. AI를 도입하면 일자리 상실을 우려하지만 갤러리아백화점의 경우 사람을 자르지 않고 매출 전환을 일으켰다. "갤러리아백화점 대전 지점의 경우 전화상담 관련 직원이 20명 정도 있는데, AI 고객상담센터를 도입하면서 이들이 명품 식품관으로 전환배치 됐어요. 기업이 단순 업무 고용을 실제 매출이 일어나는 고용으로 전환한 성공 사례죠."
민감한 것은 보안이다. 기업들은 요즘 많이 사용하는 월 이용료 방식의 구독형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가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내부 정보의 유출을 우려한다. 그래서 이 업체는 주요 서비스를 해당 기업 내 전산시스템에 장착하는 설치형으로 제공하고 단순 작업인 콜봇을 구독형으로 제공한다.
스티브 잡스 일대기 보고 창업
정 대표는 쌍둥이 형제가 모두 창업가 출신이다. 1분 차이로 동생이 된 정우진 KT 전무는 기업들의 디지털전환을 돕는 스타트업 디지털엑스원을 창업해 운영했으며, 정우철 대표는 두 개의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인하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코오롱정보통신에 입사하면서 음성인식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세계 1위 음성인식 기술업체 미국 뉘앙스와 제휴를 맺고 음성인식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관련 기술을 알게 됐죠. 이를 계기로 ETRI의 사내벤처 코아보이스로 옮겨 음성인식 사업을 계속 했죠. 그때 ETRI에서 현재 베이글칩스의 기술총괄인 이승훈 연구소장을 만났어요."
이후 삼성전자 사내벤처인 HCI랩에서 5년 일한 기간을 포함해 그는 10년 이상 음성인식 기술을 다뤘다. 이를 바탕으로 2011년 음성인식 사업을 직접 하기 위해 베이글소프트를 창업했다. "도로안내장치(내비게이션)에 들어가는 음성인식 기술 등을 개발했어요."
여기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기 위해 2022년 베이글칩스를 또 설립했다. 그러면서 그는 양 사 대표를 맡게 됐다. "베이글소프트가 갖고 있는 음성인식 기술의 상당 부분을 베이글칩스에서 이어 받았죠. 나중에 양 사를 합칠 계획이에요."
베이글칩스의 매출은 지난해 10억 원대였고 올해 50억 원 이상을 예상한다. "기업 고객이 증가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날 것으로 봐요. 더불어 지난해 더인벤션랩에서 3억 원을 투자받았는데 올해 추가 투자를 준비 중이에요."
그의 창업 스승은 고인이 된 애플의 설립자 스티브 잡스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의 일대기를 보고 창업했어요. 그의 일화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집과 사무실에 똑같은 일대기 책을 각각 꽂아놓고 가끔 펼쳐봐요. 잡스는 휴일에도 출근해 아이디어를 찾았어요. 그는 많은 사람이 참석하는 회의 때 떠오르지 않는 영감이 아무도 없는 휴일 사무실에서 떠오를 수 있다고 봤어요. 그렇게 나온 것이 애플의 맥북 컴퓨터에서 나오는 파일 휴지통 소리죠. 파일을 삭제하기 위해 휴지통에 끌어다 놓으면 종이를 구겨 버리는 소리가 나요. 일상 속 소음으로 기능을 확실하게 알려주죠. 그런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잡스 같은 대표가 되고 싶어요."
출처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