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의 연구팀. KAIST
국내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화합물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 연구 성과를 내는 학자도 상당수다. 이 가운데 김상현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차세대 화합물반도체 소자 및 3차원 적층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인물이다.
김 교수는 2014년 일본 도쿄대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2017~2018년 벨기에 나노전자공학 및 디지털 기술 분야의 세계적 연구개발 기관인 아이멕(imec)에서 박사후연구원(Postdoctoral Researcher)으로 활동했으며, 이후 KIST 연구원을 거쳐 KAIST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학생들과 함께 국제 학회와 저널에 활발히 논문을 발표하며 산학 협력을 통한 실무 역량도 강조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주로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계속해 오고 있는가.
“학위 과정 때부터 화합물반도체를 줄곧 연구해 오고 있다. 화합물반도체는 여러 가지 우수한 물성을 가지고 있어 응용 분야가 굉장히 넓고 최근에 특히 통신, 전력, 센싱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그 필요성이 증대되는 추세다. 나는 이 가운데 3차원 적층을 통해 실리콘 기반의 보완적 금속 산화막 반도체(CMOS) 기술과 집적으로 더 큰 시너지와 임팩트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의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화합물반도체의 장점이 크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측면에서 기존의 실리콘 CMOS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둘의 장점만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종집적이 필수인 시대가 되고 있다.”
현재 KAIST에서 진행하는 주요 연구도 같은 맥락인가.
“앞서 언급했듯 화합물반도체 기술과 실리콘 CMOS 기술의 집적을 통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통신 분야에서는 고주파 아날로그 신호를 다루는 소자부터, 이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 데이터처리를 하는 복잡하고 광범위한 소자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각각의 분야에 장점이 있는 화합물반도체와 실리콘 CMOS를 집적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실리콘 CMOS의 수동소자 기술과 화합물반도체 트랜지스터 기술을 융합해 하이브리드 회로를 구현하기도 했다. 궁극적으로는 각 기술의 장점만을 취해 세계 최고 성능을 추구하고자 한다.
또한 최근 전력 분야에서는 고전압에서 사용 가능한 화합물반도체와 이를 구동하는 실리콘 CMOS 회로 간의 집적에서 기생 성분이 큰 손실로 작용하는 것이 문제인데, 이를 3차원 집적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실리콘 CMOS 분야에서도 칩 내부나 패키징 수준에서 발생하는 전력 전송 손실이 중요한 기술적 과제로 대두하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 역시 3차원 집적 기술을 활용해 해결하려는 연구도 진행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기술적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화합물반도체 기술과 실리콘 CMOS 기술은 기존에 보던 경쟁구도가 아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 분야가 매우 다양하다. 적외선 이미지 센서 기술에서도 적외선 검출에 큰 장점이 있는 화합물반도체와 신호취득 회로의 밀접한 집적이 필요한데 이러한 분야에서도 3차원 집적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관심을 모으는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작은 LED 픽셀과 이를 구동하는 실리콘 CMOS 구동회로를 집적하는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고, 이는 3차원 집적 기술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우리 연구실에서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상현 교수(가운데)는 8월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22회 머크 어워드에서 ‘머크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했다.
초박형 광다이오드, 3차원 집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
지난해 11월 초고해상도, 초고효율 이미지 센서를 구현하는 초박형 광다이오드를 개발해 화제가 됐다. 어떤 의미가 있는 기술이었는지 궁금하다.
“화합물반도체와 실리콘 CMOS의 3차원 집적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화합물반도체 광다이오드가 충분히 얇아야 한다. 그래야만 3차원으로 화합물반도체를 집적한 후에 반도체 공정이 수월하고 픽셀의 속도, 광전 변환 효율, 암전류 특성 등이 좋아질 수 있다. 다만, 빛과 반도체의 상호작용 관점에서 반도체가 너무 얇으면 빛의 흡수가 어려워지는데 광학 구조체의 도입으로 이러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발표했다. 광다이오드 자체 기술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3차원 집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로 보고 있다.”
2022년에는 실리콘 기판상 3차원 적층 화합물반도체 소자의 핵심 난제를 해결한 것으로 주목받은 것도 같은 맥락인가.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작은 LED 픽셀과 구동 회로 간의 집적은 여러 이슈가 있었다. 무엇보다 작은 픽셀을 기계적 이송을 통해 구동회로에 옮겨 심는 공정은 기계적 정렬 정밀도의 한계로 인해 AR, VR 분야에서 사용할 만한 높은 해상도를 구현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모놀리식 3차원 집적’이라 불리는 공정과 집적 기술을 적용해 정렬 정밀도의 한계 없이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이러한 성과를 반도체 올림픽이라 불리는 ‘기술 및 회로에 관한 VLSI 심포지엄(VLSI symposium on Technology and Circuits)’에서 2022년 발표했고, 이를 좀 더 개선한 연구 결과를 현재 저명 학술지에 제출해 심사를 받고 있다.”
교수님의 연구가 미래 화합물반도체나 차세대 통신, 인공지능(AI), 디스플레이 분야에 어떻게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는가.
“앞으로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을 어떻게 높이느냐가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이미 AI의 발전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전력 소모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기능을 구현할 반도체 기술이 더 중요해진다. 이런 관점에서 성능은 좋지만 가격이 비싸서 일부 핵심 영역에만 사용되던 화합물반도체의 활용 가능성은 점점 높아질 걸로 보인다. 이는 기술 섹터와는 상관없을 것이다. 통신, AI, 디스플레이 등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이 바로 화합물반도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위 받고 다른 분야로 떠나기도…정부의 생태계 지원 절실
초저전력 및 고집적 화합물반도체 소자가 상용화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 또는 산업적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경우에 따라 기존에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실리콘 기반 소재와 경쟁우위를 갖는 것이 1차적으로 중요하다. 이는 단순한 성능뿐 아니라 시장에서 요구하는 특별한 조건인 가격, 에너지 효율 등을 어떻게 맞춰나가느냐 하는 것이 특히나 중요하다. 다양한 분야에서 화합물반도체 소자에 대한 시장의 요구는 커질 수 있다. 그리고 기존의 실리콘반도체 인프라와는 상당히 다른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 선제적 인프라 투자도 필요하다.”
반도체 분야에서 국내외 연구 및 산업계와 협력한 경험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KAIST에 부임한 이후 다양한 연구 그룹, 산업계와 협력해 왔다. 반도체 분야는 종합예술에 가깝기 때문에 여러 요소와 기술이 필요한데 협력을 통해 하나로 잘 연결해야 좋은 결실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지속적 협력관계가 이어지면 좋겠다.”
젊은 연구자나 학생들에게 화합물반도체 및 집적회로 분야 연구를 권하겠는가.
“나는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언뜻 보면 오래된 연구 분야라고 볼 수 있어서 연구 아이템이 많이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점점 필요성이 커지는 분야이고 다른 기술과의 융합, 이종집적 관점에서는 해야 할 연구가 무궁무진하고 그만큼 재미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화합물반도체 업계가 발전하려면 정부, 혹은 기업 등에서 어떤 방식의 지원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기술의 중요성에 비해 우리나라 연구 생태계 규모가 상당히 작은 편이다. 일단 고가의 기판이나 전용 장비가 필요해 연구의 진입장벽이 있다 보니 인력이 늘어나기 힘든 부분도 있다. 또한 국가 연구개발은 연구 인력이 많은 분야를 위주로 선정해 진행하는 측면이 있어 인력 배출도 크게 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화합물반도체 연구로 학위를 받았지만 다른 분야로 진출해 연구 분야를 바꾸는 경우도 발생한다. 따라서 국가적으로 연구자들이 지속적으로 화합물반도체를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 등에서도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이 양성될 수 있도록 기술적 이슈 등을 공유하고, 대학과 협업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더욱 건강한 연구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출처 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