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R은 OECD가 1994년 공식적으로 제시한 개념으로, “생산자(공급자)가 자사의 제품이 사용 후 폐기되었을 때 환경적 처리 책임을 일정 부분 이상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이는 ‘오염자 부담 원칙(Polluter Pays Principle, PPP)’을 구체화한 정책 수단으로서, 생산자(공급자)에게 제품의 전 생애주기(Life Cycle)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책은 1970년대 후반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제도화되었다. 독일은 1991년 ‘포장재 규정(Verpackungsverordnung)’을 통해 최초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도입하였다. 이 제도는 생산자(공급자)에게 자국 내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포장재를 회수·재활용할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자원순환의 책임을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에게 전환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다. 일본 역시 1995년 「용기·포장재 재활용법」을 제정하여 소비자, 지자체, 기업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규정하였으며, 특히 소재별(유리, PET, 종이 등) 재활용 의무를 생산자(공급자)에게 부과하는 체계를 구축하였다.

EPR은 생산자(공급자)가 제품의 설계, 생산, 유통, 폐기 단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환경적 책임을 부담하는 제도이다. 이는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법적 의무로 규정되며, 최초 발생자가 비용과 회수 책임을 부담한다.

EPR 제도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하나는 ‘물량 기반 의무’(quantity-based obligation)로, 생산자(공급자)가 시장에 투입한 물량만큼 동일하게 회수·재활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금전 기반 대체’(monetary substitution)로, 생산자(공급자)가 직접 회수를 이행하지 않아도 일정 수준의 금전적 부담을 통해 재활용 시스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도입 및 운영

2003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EPR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였다. 이는 생산자(공급자)가 일정량 이상의 재활용을 의무적으로 달성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초기부터 ‘재활용 의무량’ 대신 ‘재활용 부담금 납부’라는 금전적 대체 수단을 폭넓게 허용함으로써, 제도의 실질적 강제력이 약화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즉, ‘금전 기반 대체’(monetary substitution)로, 생산자(공급자)가 직접 회수를 이행하지 않아도 일정 수준의 금전적 부담을 통해 재활용 시스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에 치우쳐 있다.

EPR은 생산자가 제품의 설계, 생산, 유통, 폐기 단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환경적 책임을 부담하는 제도이다. 이는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법적 의무로 규정되며, 최초 생산자(공급자)가 비용과 회수 책임을 부담한다. 다시 정리해보면, 생산자(공급자) 의무로서 제품 및 포장재를 시장에 투입한 생산자는 사용 후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한 재활용·처리 의무를 진다.

1) 소비자는 분리배출을 통해 생산자의 회수·재활용 의무가 작동할 수 있도록 협조한다.

2) 정부는 제도의 집행과정에서 의무 부과, 이행 점검, 미이행 시 제재를 담당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 구조가 상당히 변형되었다. 생산자(공급자)의 직접적 재활용 의무는 사실상 공제조합을 통한 금전적 납부로 대체되었고, 소비자는 분리배출 의무만 강화된 채 제도의 효용을 체감하지 못한다. 정부는 재활용 공정의 질적 향상보다는 부담금 징수와 집행에 치중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

(사)한국패키징기술융합진흥원 원장 이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