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워싱의 유형과 현실

지난여름은 유만히 무덥고 길었다. 열기와 폭우, 가믐에 한반도는 몸살을 알았으며, 계절의 경계는 사라졌다. 아마 내년에는 더 덥고 더길며 폭우에 삶의 터전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스민다. 환경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글로벌 의제로 대두되면서 ‘친환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의 요소가 되었다. 이에 따라 수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 경영’을 표방하고 있으며, 제품이나 브랜드에 ‘지속가능성’, ‘에코’, ‘녹색’ 등의 키워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이는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보호에 기여하지 않으면서도, 마치 친환경적인 기업인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이다.

그린워싱은 1986년 환경운동가 제이 웨스틀벨드(Jay Westerveld)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호텔이 수건 재사용 캠페인을 통해 환경보호를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운영 방식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비판하면서 등장했다. 이후 그린워싱은 단순한 마케팅 전략을 넘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확산되었다.

그린워싱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첫째, 친환경 인증과 표시제도의 일관성 부족이다. 국내외에서 각기 다른 기준과 로고가 남발되면서 소비자들은 실제 친환경 제품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둘째, ESG 보고서나 마케팅에서 자의적 해석과 부풀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법적 제재는 미흡하다. 셋째, 기업의 단기적 이익 중심 경영이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희생시키고 있다.

그린워싱의 유형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는 ▲검증되지 않은 환경주장 ▲모호한 용어의 사용 ▲불완전한 정보 공개 ▲관련 없는 친환경 이미지 사용 ▲자체 인증마크를 통한 소비자 현혹 등이 있다. 예를 들어, ‘자연에서 온’, ‘에코 프렌들리’ 등의 표현은 소비자가 친환경 제품으로 인식하게 하지만, 실제로는 구체적인 기준이나 검증이 없는 경우가 많다.

- 해외 그린워싱 대응제도와 동향

해외의 그린워싱 대응은 우리나라보다 한발 앞서 있으며, 규제 강화와 함께 시장 신뢰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문제점이 존재하며, 그 실행력과 산업 간 차이도 크다.

유럽연합(EU)에서는 2023년 EU 집행위원회는 Green Claims Directive(그린 클레임 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이는 "친환경 제품"이라는 표현을 쓰기 위해 과학적 근거와 제3자 검증을 의무화하는 제도이다.

유럽 각국은 이 지침에 따라 기업이 환경성과를 주장할 때 ‘생애주기분석(LCA)’ 등 실질적 데이터를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따라서 규제가 비교적 잘 마련되어 있지만, 중소기업의 참여율은 낮은 편이며, 일부 기업은 이를 우회해 ‘자체 인증 마크’를 사용하는 등 여전히 우회적 그린워싱 시도가 존재하여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Green Guides라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업의 환경 광고 표현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예로써, "Biodegradable(생분해성)", "Eco-friendly", "Carbon Neutral" 같은 용어를 사용할 때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지 명확히 설정되어 있다. 이는 강제성이 낮아 법적 구속력은 제한적이나 소비자 소송이나 NGO의 고발 사례가 많아, 사회적 압박이 법 제재 못지않은 억제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 사례로, Walmart와 Kohl’s가 2022년 친환경 의류 라벨 과장 광고로 FTC의 조사를 받은바 있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2021년 ‘Green Claims Code’를 발표해 그린워싱 금지를 위한 명확한 광고 가이드를 설정했다. 여기에 설정된 6가지 핵심 원칙을 통해 기업이 환경 주장을 할 때 '정확성, 명확성, 사실 기반'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맞추어 CMA는 2022년부터 패션, 뷰티, 식음료 등 업계를 대상으로 집중 조사에 착수했지만 조사 및 시정 조치가 다소 느리게 진행되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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