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대통령, 올트먼 접견…이재용·최태원도 참석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픈AI가 주도하는 초거대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의 핵심 파트너로 합류했다. 2029년까지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들여 세계 곳곳에 짓는 AI 데이터센터에 두 회사의 최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가 대거 들어간다. 향후 4년간 100조원에 이르는 신규 반도체 수요를 두 회사가 품게 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해양 기술 분야에서 전방위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의향서(LOI)를 맺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이날 올트먼 CEO와 만나 SK하이닉스가 오픈AI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내용의 LOI를 체결했다. 오픈AI는 두 회사에 웨이퍼 기준 월 최대 90만 장 규모의 HBM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HBM 생산 능력의 두 배가 넘는다. 올해 HBM 시장 규모가 340억달러(약 48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100조원 넘는 신규 수요가 생기는 셈이다. 오픈AI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브로드컴과 손잡고 자체 AI가속기를 개발하고 있다.

오픈AI는 또 삼성SDS와 함께 경북 포항에 AI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다. 삼성SDS가 설계·구축·운영을 맡는다. 삼성물산·삼성중공업과는 부유식 데이터센터를 개발하기로 했다. SK텔레콤도 전남 지역에 오픈AI 전용 AI 데이터센터를 공동 구축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세 사람과 만난 자리에서 “막대한 투자 재원을 조달해야 할 텐데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전했다.

올트먼, 이재용·최태원 만나 'HBM 입도선매'
HBM 생산량 70% 쓸어가는 엔비디아 맞서려 韓에 러브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사진 왼쪽)이 1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포괄적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사진 왼쪽)과 올트먼 CEO가 이날 SK서린빌딩에서 창밖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SK그룹 제공

1~2년 전까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대명사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였다. 지금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한 뒤 이를 GPU 같은 프로세서에 보내는 HBM 성능에 따라 AI 서비스의 질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같은 거물이 삼성과 SK그룹 총수를 찾아 ‘HBM 입도선매’ 계약을 체결한 이유다.

올트먼 CEO는 1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각각 만나 HBM 등 AI용 메모리 반도체 관련 공급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올트먼 CEO는 두 사람에게 ‘AI 반도체의 차질 없는 공급’을 요청했고 두 회장은 ‘원활한 납품’을 약속했다.

오픈AI는 올해부터 2029년까지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해 전 세계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엔 데이터 학습·추론을 수행하는 반도체 패키지인 ‘AI가속기’가 들어가는데, HBM은 AI가속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올 2분기 기준 글로벌 HBM 시장의 79%를 장악하고 있다. 최근 AI가속기 자체 개발에 나선 오픈AI가 두 회사를 상대로 HBM 입도선매에 나선 배경이다.

올트먼 CEO는 삼성과 SK에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엔 월 90만 장(웨이퍼 투입량 기준) 이상의 HBM이 필요하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 세계 HBM 생산량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올해 HBM 시장 규모는 340억달러(약 48조원). 단순 계산으로만 100조원에 달하는 HBM을 한국 기업에 주문한 셈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계약이 이행되면 한국의 AI 메모리 수출액은 연 수천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트먼 CEO가 몸이 단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고성능 AI가속기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가 전 세계 HBM 생산량의 70% 이상을 쓸어가고 있어서다. 엔비디아에 맞서 HBM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삼성과 SK에 대규모 공급 물량을 보장해주고 값을 후하게 쳐주기로 한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가 ‘AI 서비스 차별화’에 필요한 핵심 부품이 된 것도 올트먼 CEO가 적극적인 구애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AI가속기 구성 품목 중 GPU의 성능 개선 속도를 메모리 반도체가 못 따라가고 있어서다. 이른바 ‘메모리 월(memory wall)’ 현상이다. 전력 효율이 높은 메모리 반도체를 장착해 AI 데이터센터에 쏟아지는 ‘전기 먹는 하마’라는 비아냥을 없애야 할 필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고성능 HBM 개발 능력을 갖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몸값이 높아진 이유다. 두 회사는 최근 들어 HBM뿐 아니라 그래픽D램(GDDR7), 저전력 D램(LPDDR5X) 등 다른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AI 데이터센터용으로 개발해 납품하고 있다. 삼성과 SK는 점점 더 커지는 데이터센터 저장용량을 충족하기 위해 128테라바이트(TB) 규모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공급하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메모리 슈퍼사이클’ 전망도 힘을 받게 됐다.

출처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