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시장금리가 요동치고 있다. 8월 1일 하루 만에 4.39%였던 10년물 미 국채시장금리가 4.23%로 급락했다. 지난 1월에는 4.79%까지 치솟았었다. 한국에게는 미 금리가 낮아지는 것이 유리하다. 한국에서 미국으로의 달러 유출 가능성이 낮아지며 미국 내 유동성 증가로 한국제품에 대한 수요도 견조하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미 금리는 어떻게 움직일까? 이를 알려면 미 경제의 움직임, 미 국채 수급구조변화 및 트럼프 불확실성을 이해해야 한다.
10년물 국채시장금리가 급락한 이유는 미 경제에 대한 둔화 염려 때문이다. 1일 미 노동부는 7월 및 지난 5, 6월의 수정치를 발표했다. 7월 일자리 증가는 전월 대비 7만3000명 증가로, 예상치 10만3000명에 못 미쳤다. 더 큰 문제는 5, 6월 수치였다. 앞선 발표에서는 5월 중 14만4000명 일자리 증가로 보고 되었지만, 실제는 1만9000명뿐이었다. 6월도 14만7000명 증가에서 1만4000명으로 대폭 수정됐다. 두 달 합쳐 25만8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 결과를 보고 전문가들은 지난 5, 6월부터 미국 고용 시장이 관세 충격을 받았다고 진단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경제가 이미 관세 영향으로 성장은 멈추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이사 두 명이 이례적으로 기준금리 동결에 반대했다. 미국이 경기둔화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재미있는 것은 연준 스스로 미국경제의 둔화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지난 3월에는 미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 하지만, 6월에는 1.4%로 내렸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향후 금리하락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미 국채 수급구조 변화도 금리하락을 시사하고 있다. 미 국채의 주 수요처는 미 연준, 미국은행, 펀드운용사와 같은 금융기관과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이다. 연준을 제외하면 현재 미 은행은 국채를 살 여유가 없다. 보완적 레버리지비율(SLR) 규제에 걸려서다. 자기자본 대비 너무 많은 투자를 못 하도록 하는 장치다. 금융기관 중에는 헤지펀드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곳은 바이든 정부 때 단기국채 주요 수요처로 활용되면서 여유가 많이 줄었다. 마지막이 외국 중앙은행이다.
3월 기준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은 일본(1조1308억 달러), 영국(7793억 달러), 중국(7654억 달러)이다. 이중 중국 사정이 복잡하다. 2013년 11월 중국은 미 국채를 1조3160억 달러 보유했다. 지금은 그때의 절반 정도다. 미·중 간 긴장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려 해서다. 수요가 약해진 상황에서 반대로 국채 공급은 크게 늘 것이 예상됐다. 트럼프 정부가 통과시킨 빅 뷰티풀 빌(BBB)법안 때문이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깎아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로 인해 향후 10년간 3조8000억 달러의 세수감소가 예상되고 이를 메우기 위해 2조5000억 달러 국채발행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또 올해에 갚아야 할 부채 9조 달러에 이른다. 이를 막기 위해 국채를 또 찍어야 한다. 요약하면, 미 국채 주요 수요처의 구매력이 줄어든 상태에서 대량의 국채를 찍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자 미 국채시장금리는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와 연준은 국채 수요부족을 해결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었다. 스테이블 코인 도입이 첫 번째다. '1코인=1달러' 교환비율을 갖는 코인을 말한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는 조건이 있다. 발행량만큼 현금 또는 3개월 미만의 미 단기국채를 보유해야 한다. 7월 22일 기준 상위 10개 코인사의 미 단기국채 보유는 3000억 달러 정도다. 3년 내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SLR 규제 완화다. 예금 등 자산이 2500억 달러 이상인 미 시중은행은 기본적으로 3%, 글로벌 초대형 은행은 5% 이상 SLR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 가산율 2~3%를 합한 것이 최종 SLR 규제비율이다. 미 연준은 지난 6월 25일 글로벌 초대형 은행에 적용되던 기본 SLR 비율 5%를 3.25~4.5%로 낮추기로 했다. 이로 인해 연준은 3조2000억 달러의 신규 국채 매입 여력이 중장기적으로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백 프로그램이 세 번째다. 미 국채를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30일 10년 이상 장기국채를 대상으로 바이백을 분기당 2회에서 4회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장기국채물량이 시장에서 줄어 10년물 국채시장금리가 떨어지게 된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 SLR 규제완화 및 바이백은 장단기 미 국채시장금리를 상승보다는 하락으로 밀고 있다.
미 국채시장금리를 낮출 또 다른 요인으로 트럼프 불확실성 감소를 들 수 있다. 그동안 트럼프는 마음 내키는 대로 관세를 정하며 불확실성을 한껏 높였다. 전날 제시한 관세를 다음날 바꾸는 식이다. 트럼프의 파월 흔들기도 큰 문제였다. 트럼프가 파월을 괴롭힌 데에는 이유가 있다. 2024년 기준 미 정부는 평균 3.32%의 국채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5월 기준 미 정부의 빚은 누적 36조2200억 달러로 연 이자만 1조1590억 달러다. 연준이 금리 1%만 내려도 3622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파월이 물가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자 그를 몰아세우는 것이다. 트럼프가 관세와 파월에 대한 비상식적 행동을 할 때마다 금리는 상방으로 발작하였다. 하지만 이런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일 한국, EU, 일본을 포함한 69개 경제주체에 대한 관세를 확정했다.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에 대한 관세가 확정된 만큼 관세 자체로 인한 불확실성은 상당히 누그러진 셈이다. 또 트럼프는 막말은 하면서도 파월의 임기는 보장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이 역시 시장 불확실성을 낮추고 있다.
정리해보자. 경제상황과 미 국채시장에 미치는 요인들을 살펴볼 때 미 국채시장금리는 하향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5, 6, 7월의 일자리 수치는 미 연준이 마냥 기준금리 인하를 거부할 수 없게 만들었다. 미 국채에 대한 새로운 수요와 바이백 프로그램 강화도 시장금리를 낮추는 요인이다. 관세와 파월에 대한 불확실성도 걷히고 있어 미 금리하락을 돕고 있다.
#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필자 이홍은 KAIST를 졸업하고 광운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경영대학장과 경영대학원장을 역임했다. 한국인사조직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지식경영학회 및 한국중견기업학회 회장을 지냈고, 삼성그룹, 포스코, 한국전력, CJ그룹 등에서 자문교수로 활동했다. 정부혁신관리위원장, 사업재편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현재는 한국이해관계자학회 수석 부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비즈니스의 맥', '세종에게 창조습관을 묻다', '국가경쟁력, 중견기업에서 답을 찾다' 등이 있다.
출처 : 뉴스프리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