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마케팅 트렌드의 중심에 선 ‘혼란 포장 마케팅(Chaos Packaging)’은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 브랜드 전략의 새로운 무기로 자리 잡고 있다. 혼란 포장 마케팅은 일부러 낯설고 헷갈리는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의 이목을 사로잡는 방식이다. 처음 마주한 소비자가 ‘이게 뭐지?’라는 궁금증과 혼란을 느끼게 하는 것이 포인트다. 제품의 기능보다 먼저 시선을 끄는 이 전략은 인지 과정을 자극해 소비자와 제품 사이에 인지부조화를 일으켜 제품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소비 경험을 강하게 각인시킨다.

전통을 깨는 디자인으로 소비자 감각을 뒤흔들다

미국의 선케어 브랜드 ‘Vacation’은 전통적인 자외선 차단제의 틀을 완전히 깨는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들이 2022년 여름 선보인 제품 ‘Classic Whip’은 이름 그대로 휘핑크림을 닮은 질감과 패키지로, 많은 이들에게 혼란을 안겼다. 실제 휘핑크림처럼 에어로졸 캔에서 부드러운 거품이 뿜어져 나오며, 포장 디자인은 제과 제품과 거의 동일한 형태를 갖췄다.

이 제품은 단순히 외관만 신선했던 것이 아니다. ‘무겁고 끈적한’ 기존 선크림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을 가볍고 재미있는 사용 경험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마치 놀이처럼 느껴지는 사용감은 특히 젊은 소비자층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이는 ‘포장 자체가 메시지를 말하는 시대’라는 혼란 포장 마케팅의 흐름 속에서, 제품이 소비자와 시각적으로 소통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Liquid Death

‘마시는 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장 파괴적으로 뒤엎은 브랜드가 바로 ‘Liquid Death’다. 이 브랜드는 생수를 마치 에너지 드링크나 맥주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해, 정적인 이미지의 생수에 다이내믹한 정체성을 입혔다. 해골이 그려진 캔, 검정색의 무게감 있는 그래픽, 공격적인 브랜드 네이밍 등은 모두 기존 생수 브랜드의 '깨끗하고 순수한’ 톤앤매너를 거부한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히 시선을 끄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제품을 처음 접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물이라고?”라는 반응을 유도하며, 구매를 결정하게 만드는 일종의 ‘경험 자극 요소’로 작용했다. 실제로 Liquid Death는 론칭 이후 젊은 소비자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브랜드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처럼 키워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이 브랜드의 기업 가치는 14억 달러에 달하며, 혼란 포장 마케팅의 상업적 성공을 증명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Bonilla a la vista

스페인의 감자칩 브랜드 ‘보닐라 아 라 비스타(Bonilla a la Vista)’는 전통적인 패키징을 완전히 거부했다. 일반적으로 낱개 봉지에 담겨 판매되는 감자칩과 달리, 이 제품은 대형 페인트통을 연상케 하는 틴케이스에 담겨있다. 용기의 크기나 형태만으로도 소비자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을 수 있는 이 제품은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며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보닐라 아 라 비스타’의 혼란 포장 전략은 단순히 독특한 디자인에 머무르지 않는다. 페인트통과 유사한 이 패키지는 온라인에서 인증샷 유도형 상품으로 입소문을 타며 ‘사진 찍고 싶은 제품’, ‘소장하고 싶은 감자칩’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물리적 제품 경험을 디지털 콘텐츠 소비와 연결시키는 혼란 포장 마케팅의 진화를 보여준다. 비주얼이 콘텐츠화되는 이 시대에, 이처럼 시각적 충격을 줄 수 있는 제품은 오히려 브랜드 인지도 강화와 지속적인 바이럴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창의적인가 소비자를 향한 기만인가?

이러한 혼란 포장 마케팅이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세제 브랜드 ‘퓨러시(Puracy)’는 초기 제품을 소다캔과 흡사한 디자인으로 출시했다가, 어린이들이 음료로 착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디자인 수정을 단행한 바 있다. 혼란을 유도하는 디자인이 자칫 안전성이나 명확한 정보 전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브랜드는 주의 깊은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기존의 틀을 깨고 소비자의 오감을 자극하는 혼란 포장 마케팅은 제품 자체가 가진 가치를 재해석하게 만드는 강력한 도구가 되고 있다. 단순한 시각적 파격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과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이 전략은 앞으로도 다양한 산업군에서 더 넓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비자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한 세심한 설계와 윤리적 고려는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요소다.

출처 : 소비자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