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립된 원리나 정설은 기존의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데에 있어서 혁혁한 공헌을 하는 요소다. 어쩌면 이것이 없이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안정성과 효율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 공식과 같은 이야기에 의문을 제기하여 새로운 도전을 한 결과로 기존의 방식보다 더 나은 방식을 만들어낼 수가 있다. 이것이 혁신이다.

혁신은 많은 실패를 수반한다. 기존의 방법보다 더 나은 방법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실패를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성공을 해내면 독점성과 배타성을 갖게 되고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세탁기 생산 1위 기업은 세탁기를 최저가에 최고 성능으로 만들어 최고의 가격으로 팔 수 있는 노하우를 축적한 기업이다. 과거 세탁기는 세탁기와 건조기는 원래 따로 있었다. 그 다음엔 세탁기에 건조기를 하나로 결합해서 팔았다. 하지만 세탁 기능도 건조 기능도 따로 있을 때보다 못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고성능 세탁기와 고성능 건조기를 소형화한 후 분리해서 만드는 방식이 대세가 되었다. ​세탁기와 건조기 사례는 개별 제조에서 결합 제조로, 결합 제조에서 다시 분리 제조로 이어지는 흥미로운 혁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발상에서 역발상으로, 그 역발상에서 또다른 역발상을 이루어내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고정관념이란 실증되고 검증이 되어 왔기 때문에 당연히 그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는 현상이다. 고정관념으로 믿고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정설(orthodox)라고 한다. 정설에 반론을 제기하여 새로운 방법을 증명해내는 과정을 혁신(innovation)이라고 한다. ​혁신이란 깊숙이 저장되고 보관된 믿음, 전통적인 관행, 생각하는 일상적인 방식인 정설에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자세를 말한다. 모든 성공적인 기업이나 기관은 그들의 성장과 발전을 가능케 하고 있는 정설을 만들고 다시 만드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성과와 생존과 성장으로 증명된 정설에 끊임없이 도전하여 새로운 정설을 만들어내고 지금도 정설에 변화의 여지를 두게 된다. 정설에 대해 도전하지 않은 채 방치하는 만큼 성장의 엔진이 식어가고 리스크가 발생하고 위기를 겪게 된다. ​기업은 성공적이어서 많은 돈을 벌어다 준 비즈니스 모델을 신화라고 부르면서 정설의 탑을 쌓기 쉽다.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들을 신화의 주인공 처럼 얘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고정관념과 고착된 정설로 인해 도전과 혁신이 잦아들고 점점 쇠락과 위기의 싹이 자라게 된다.

그래서 과거의 신화와 성공 경험은 미래의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도록 용기를 주는 용도로만 학습되어야 한다. 과거의 영웅들을 존중하고 기리는 명예의 전당은 도전과 혁신의 전당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고정관념과 정설에 도전하여 혁신에 성공한 요즘 사례들을 살펴 보면 더욱 논점이 분명하게 다가올 것이다. 어떤 사례들이 있을까? 우리가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거나 이해할 수 있는 사례들을 살펴보자.

<정설에 도전하여 혁신한 요즘 사례>

ㅇ 엔진 제조를 넘어 정비, 유지, 보수, 교체까지 대행: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Rolls-Royce)는 항공기 엔진 제조를 넘어, TotalCare라는 서비스를 통해 엔진 정비, 유지, 보수, 교체까지 책임지는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다. 엔진 사용 시간이나 비행 횟수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항공사가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이고 안정적인 엔진 운영을 가능하게 하였다. 기존의 '제품 판매' 중심의 제조업체가 ‘서비스 제공' 중심의 제조업체로 수익모델을 전환한 대표적 사례다.

ㅇ 판매소, 정비소에 거점을 만들어 판을 뒤집은 렌터카: 엔터프라이즈

기존 렌터카 업계는 공항과 대도시 중심의 영업망을 기반으로 운영되었지만, 엔터프라이즈(Enterprise)는 자동차 판매소, 정비소, 보험사를 거점으로 삼는 전략을 도입해 렌터카 시장의 판을 뒤집었다. 접근성이 좋은 도심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차량을 필요로 하는 고객층을 공략했다. 특히, 사고나 수리로 인해 임시 차량이 필요한 고객들에게 신속하게 차량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축하며 틈새시장을 확장해 확보할 수 있었다.

ㅇ 기존 게임기에 동작감지센서와 전용 플레이어를 붙인 회사: 닌텐도

닌텐도는 버튼 조작 방식의 게임 플레이어를 탈피해, 동작 감지 센서를 활용한 혁신적 게임기를 개발했다. 2006년에 출시된 Wii는 직관적인 동작 인식 기술이 적용된 게임기로, 체감형 스포츠와 피트니스 게임을 개발해, 가족, 어린이, 노인층까지 게임 소비층을 확장했다. 2016년엔 휴대용과 거치형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Switch)는 2025년 스위치2로 이어지며 새로운 게임기 혁신의 역사를 쓰고 있다.

ㅇ 비디오 가게를 온라인으로 넣겠다는 아이디어로 시작한 회사: 넷플릭스

넷플릭스(Netflix)는 비디오 대여점을 온라인으로 전환하자는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1997년 창립 당시, 블록버스터(Blockbuster)와 같은 비디오 대여점이 시장을 지배했는데, 넷플릭스는 DVD 우편 대여 서비스를 개척했다.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어디서나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새로운 소비 방식을 제시했다. 2013년부터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며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독자적인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했다.

ㅇ 기계가 아닌 손으로 만들어 화장품의 명품화를 이끄는 회사: 러쉬

러쉬(LUSH)는 기계가 아닌 핸드메이드 화장품을 제작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신선한 식물성 원료를 사용하고 동물 실험을 반대하며 공정무역을 실천하는 윤리적 소비를 강조한다. 또한, 포장 없는(Naked) 제품을 도입하여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고, 제작자의 이름을 라벨에 표기하여 신뢰감을 더했다. 이로써, 기존 화장품 업계의 정설인 ‘대량생산, 패키징 방식’을 깨고도 혁신적 명품 브랜드로 성공할 수 있었다.

ㅇ ‘계절’이 아니라 ‘매주’마다 신제품을 내놓는 회사: 자라 vs. 파타고니아

기존 패션 산업에서는 시즌별 컬렉션을 중심으로 의류를 생산하여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자라는 짧은 주기로 트렌드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패스트패션(fast fashion)’ 개념을 도입하여 패션 시장의 흐름을 바꾸었다. 반면,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오래 입을 수 있는 친환경 제품 및 중고 제품 재판매’라는 정반대 전략으로, 패스트패션이 대세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지속가능 패션(sustainable fashion)’ 시장을 개척했다.

ㅇ 포털을 버리고 크롤링과 색인화로 단순화와 속도감에 집중한 회사(구글)

구글(Google)은 포털 방식을 버리고 검색 자체에 집중하는 혁신적인 전략을 도입했다. 자체 개발한 페이지랭크알고리즘을 활용해, 웹페이지를 직접 크롤링하고 색인화하여 검색 결과의 정확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메뉴식 콘텐츠와 배너 광고를 없애고, 검색 속도에 집중한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였다. 검색 광고 모델로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비즈니스 영역을 무제한으로 확장해 올 수 있었다.

ㅇ 음반, 플레이어, 전화, 컴퓨터 등의 모든 면에 의문을 제기한 회사: 애플

애플(Apple)은 정설 파괴형 혁신의 아이콘 기업이다. 1984년 GUI와 마우스를 적용한 매킨토시로 PC 시장을 전환했다. 2001년 iPod과 iTunes Store로 디지털 음악 유통을 재편했다. 2007년 이후 현재까지 iPhone,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스마트 기기 시대를 열었다. 요즘 애플은 AI와 머신러닝, AR·VR기술, 건강관리, 친환경경영, 구독서비스(Apple Music, TV+)를 통해 혁신을 이어가면서,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생태계형 혁신의 선두 주자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ㅇ 가능한 모든 기종과 업종과 영역의 정설에 도전한 인물: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다양한 산업과 분야에서 기존 정설을 깨며 혁신을 주도해왔다. PayPal을 통해 온라인 결제 시장을 개척했고, Tesla로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켜 자동차 산업을 변화시켰다. SpaceX는 재사용 로켓을 개발해 우주 산업의 비용을 절감하며 민간 우주여행을 현실화했다. 솔라시티(SolarCity)와 테슬라 에너지는 태양광 및 배터리 기술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 혁신을 이끌었다. Neuralink는 AI와 뇌를 연결하는 기술을, Boring Company는 초고속 터널 교통 시스템을 개발을 이끌고 있다. 그의 화성 식민지화 계획은 2029년까지 첫 유인 화성 탐사를 하고, 2050년까지 100만 명을 화성에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5년에는 트럼프 내각의 정부효율성부(DOGE) 수장으로 임명되어 국가예산 2조 달러 절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의 정설과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기업과 개인의 도전이 혁신을 이끌어 왔다. 이러한 혁신은 실패와 도전의 반복을 통해 이루어진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과거의 성공을 어디까지 활용할 것인지 그리고 현재의 정설에 언제 어떻게 도전할 것인지에 대한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일일 것입니다.

당신이 도전하고 싶은 고정관념과 정설은 무엇인가요?


김현주
㈜기술과가치 파트너
성과와역량연구소 소장

참고서적: [세상을 바꾼 비즈니스 혁명가들의 비밀], [미래사업 실천 편], [세상을 바꾼 비즈니스 모델 70], [이제 5차 산업혁명을 꿈꾸자]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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