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이나 경제학을 전공하게 되면 기업이 만들어내는 가치의 창출에 관한 복잡한 수식을 이해하고 문제를 푸느라 고생 꽤나 하게 됩니다. 그런 문제를 풀다가 보면 내가 이것을 왜 하고 있는지,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조차도 잊은 채 문제를 푸는 행위 자체에만 매달리게 되지요.
로완 깁슨(Rowan Gibson)은 기업의 가치창출 원리에 대해 사고(thinking)와 행동(behavior)의 원리에 기반해서 아주 쉽게 설명해 줍니다. 그의 설명에 다른 여러 지식과 사실을 더해 “기업의 가치창출 원리와 흐름”을 10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 사람은 생각의 패턴을 만들어내고 습관적인 행동의 패턴인 루틴을 형성해 갑니다.
ex. 운전면허학원에서 외우며 배우던 코스와 주행 (기초적 패턴화) => 현실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운전을 하게 됨(패턴의 고도화, 자동화)
2. 사람들의 생활에 있어서 일상적인 생각의 패턴과 행동의 루틴(routine)이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새로움을 추구하는 창의성 또는 비일상성(non-routine)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언제든지 발현될 수 있습니다.
ex. 일어나서 직장에 가서 일하고 돌아오는 과정 중의 상당 부분은 익숙한 일상이자 루틴이 됨. 새로운 루틴 만들기는 일의 특성, 내용 및 시기에 따라 비중의 차이가 있을 뿐임. 예컨대, 기획부서는 새로운 루틴 만들기 비중이 높아서 일이 도전적이고 힘든 일이라서 숙련된 인재를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움. 아무리 반복적인 일을 위주로 하는 부서라고 해도 개선과 변경의 요구는 종종 발생하게 됨.
3. 어릴 때는 창의성을 가로막는 고정관념이나 선입견, 학습된 무기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하지만, 교육과 경험이 쌓여가면서 루틴한 패턴의 비중이 커지고 유연성과 창의성이 저감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ex. 어린 아이들은 놀이를 할 때 체력에 한계를 덜 느낌. 겪어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됨. 하나의 놀이에 질리면 다른 놀이로 옮겨감. 이 과정이 쌓여 갈수록 점점 새로운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상태가 됨.
4. 익숙한 패턴과 루틴을 선호할수록 안정감과 편리함은 더욱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새로운 패턴과 루틴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그것을 피하는 회피와 게으름의 경향도 갖게 되고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ex. 베스트 프렌드, 배우자, 안정된 고용,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의 소중함을 점차 알게 되며, 거기에서 벗어난 것들에 대해서는 거부감, 회피성이 생김. 그러면서도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마음과 욕구는 일정 수준으로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아쉬움이나 결핍감을 느끼게 됨.
5. 조직적으로는 익숙한 패턴과 루틴이 시스템, 제도와 규정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내부의 선례나 타사의 사례, 기존의 규정과 절차에 의존하는 경향을 갖게 됩니다.
ex. 개개인의 생각의 패턴과 행동의 루틴이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조직에서는 개개인의 선호와 변심에 따라 선택하고 바꿀 수 있는 상대적으로 여지가 적음. 조직의 역사가 길어질수록 CEO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점점 많아짐. 그러면서도 늘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과 일정 수준의 공감대는 없어지지 않음.
6. 창의력은 마치 근육과 같은 것입니다. 근육은 쓸수록 강화되며 노화가 진행되어도 이 특성은 변하지 않습니다. 창의력도 이러합니다. 기존의 생각 패턴과 전승되어 온 행동 루틴에 익숙할수록 개인적, 조직적 창의력은 약화됩니다.
ex. 대부분의 사람들을 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추구하게 됨.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물품을 구매하거나 새로운 친구를 만나거나 모임에 가서 참신한 자극도 받게 됨. 조직은 혁신 T.F, 컨설팅 프로젝트, 인수와 합병, 신사업 개발, 신지역 진출 등이 신선한 활력으로 다가오게 됨.
7. 시장에서 기업들의 흥망성쇠 역사를 보면 흥미로운 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언제나 새로운 것을 개척했다고 자부하다가, 그것이 금방 기존의 것이 되어 버렸음에도, 오히려 그것을 지키려다가 쇠락하는 패턴이 반복되어 온 것입니다.
ex. 단일 사업을 고집하는 기업도 자체성장(organic growth)를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재나 조직을 흡수하게 됩니다.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경우에 갑자기 몸집이 몇 배로 불어나기도 합니다. 기업이 어떤 형태로든 양적이든 질적이든 성장을 추구하지 않으면 쇠퇴할 수밖에 없는 것은, 새로운 자원이 조직 내부에 유입하여 다양성을 통한 변화와 혁신을 촉발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8. 고객과 수요자는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를 개선하였거나, 그것들과 전혀 새로운 형태의 가치를 제공하는 혁신적인 결과물에 이끌리게 됩니다.
ex. 1차, 2차, 3차, 4차 산업혁명으로 진전되어 오면서 파워는 고객과 수요자에게 더욱 큰 비중으로 넘어오게 되었음. 파워란 상대적 의존성을 의미함. 특정 브랜드나 생산자에 대한 의존성이 적어졌다는 말임. 고객이나 브랜드 충성도의 의미도 옅어진 시대임. 새로운 가치를 신뢰로운 형태로 앞서서 제공하는 경쟁이 지배하고 있음.
9. 신뢰로운 제품과 용역을 만드는 능력, 그것을 끊임없이 개선하는 능력,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을 실천하는 기업이 영속기업이 됩니다.
ex. 잘 팔리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확대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향해 중장기 로드맵을 설정하고 실현하는 기업이 영속기업이 되는 것임. 예를 들어, 후지필름은 기존의 문서, 정보, 이미징 사업을 기반으로 영속적 변화혁신에 성공한 사례로 꼽힘. 광학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기 사업과 화학합성기술로 이룩한 반도체소재 사업이 매출의 40%를 넘고 있음. 가장 오래된 필름 콜라겐 기술을 활용해 프리미엄 화장품(Astalift) 사업까지 성공적으로 진출함. 콜라겐 필름에 집착해 쇠락한 코닥과 대비됨.
10. 개인적으로나 조직적으로나 창의력이 유지되거나 강화되거나 되살아날 수 있도록 하는 자극과 훈련이 언제나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때때로, 기존의 조직이나 업무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별도의 조직이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ex. 기업 내부에서 고정된 관념이나 관점을 깨고 전혀 새로운 패턴과 루틴을 만들어내기, 새로운 글로벌 트렌드를 ‘선제적으로’ 읽고 ‘단절적으로’ 적용하기, 기존의 자원과 능력 및 새로운 자원과 능력을 전혀 새로운 형태로 결합해 미래가치를 만들어내기, 무엇보다도 고객과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수익으로 실현하기, 기존 수익모델을 피벗팅(pivoting)해 확장된 수익원으로 혁신하기.
그림: 나의 생각의 패턴은 부지불식간에 행동의 루틴으로 나타난다
결론적으로 말해, 안정과 변화는 양손과 같은 것입니다.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면서도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양손잡이와 같은 회사가 승리자가 됩니다. 이들은 한편으로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고 패턴과 행동 루틴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소화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가치를 새롭게 결합하고 창출하기 위해 부단히 시도합니다. 이런 기업만이 영속기업으로 성장해 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상에서 말씀드린 10가지 단계의 생각 패턴과 행동 루틴 중에서, 우리 회사나 부서나 개인의 현재 주된 상태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제품과 서비스의 분야별로 진단해 보고, 변화와 혁신의 방향과 전략을 새롭게 수립해 보시면 어떨까요?
김현주
㈜기술과가치 파트너
성과와역량연구소 소장
* 참고서적: [세상을 바꾼 비즈니스 혁명가들의 비밀], [미래사업 실천 편], [세상을 바꾼 비즈니스 모델 70], [이제 5차 산업혁명을 꿈꾸자]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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