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2.50% 동결을 결정했다. 지난 7월과 8월, 10월 연이어 금리 동결을 택한데 이어 이번 회의에서도 '제자리 걸음'을 유지하게 됐다. 4회 연속 동결이다.
한국은행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모두 상향 조정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0.9에서 1%로, 내년은 1.6%에서 1.8%로 수정했다. 물가상승률은 올해는 2%에서 2.1%로, 내년은 1.9%에서 2.1%로 각각 올려잡았다.
■ 물가 2%대 진입에도 “위험요인 여전”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중반대로 내려오며 목표 수준에 근접했다. 그러나 금통위는 인하 신호를 주기엔 아직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금통위는 성명서에서 “서비스 물가와 농축수산물 가격의 변동성, 국제유가 반등,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가 향후 물가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연준(Fed)이 2025년 들어 완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어 한은은 “추가 지표 확인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 가계부채, 다시 부담 요인으로 부상
주택시장 회복과 함께 가계대출 증가세가 뚜렷해지면서 금융안정 측면도 동결 결정의 주요 배경이 됐다.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 기대가 확대될 경우 주택시장 과열 및 차입 수요 급증이 나타날 수 있다”며 “가계부채 수준이 여전히 높아 신중한 통화정책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시장은 “연내 인하 사실상 어려워”…내년 상반기 논의 전망
국내 금융시장은 이번 결정으로 2025년 내 기준금리 인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지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며, 글로벌 인하 사이클이 확실해질 때 비로소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섣부른 완화가 다시 인플레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라며 “현 상황을 고려하면 가장 빠른 인하 시점은 2026년 1분기 이후로 본다”고 전망했다.
■ 고금리 장기화…기업과 가계 부담 지속
기준금리 유지로 금융시장 변동성은 일정 부분 완화될 수 있지만,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높은 조달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투자·고용 여력이 줄어들고 있으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가계 역시 여전히 금리 부담을 크게 체감하고 있다.
■ 한국은행 “데이터 기반 판단…인하 논의는 이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섣부른 정책 전환은 적절하지 않다”며 “향후 물가 흐름, 고용, 부채,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를 종합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통화정책은 충분한 데이터 축적과 안정된 기대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금리 인하 논의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