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마켓은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라는 미디어 정체성을 넘어, 기술과 산업, 시장과 사람을 잇는 더 근본적인 철학을 고민했다. 필자는 그것을 ‘技價動世(기가동세)’라 부르고 싶다. 技(기): 기술이란 무엇인가? 價(가): 그 기술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가? 動世(동세): 그리고 그 기술이 실제로 세상을 움직이고 바꾸는가?

技(기) — 기술은 출발점일 뿐, 목적이 아니다. 기술은 연구실에서 태어난다. 그러나 기술(技)은 본질적으로 ‘사람이 사용해야 가치가 드러나는 실용적 도구’다. 기술은 뛰어난 자체 성능만으로는 사회적 의미를 갖지 못한다. 기술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누군가의 삶 속에서 사용될 때 비로소 존재 이유가 생긴다. 즉 技(기)는 출발점이다. 도구이고 수단이다.

價(가) — 기술의 가치는 스스로 생기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기술 자체의 완성도만을 가치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價(가)는 기술 그 자체에서 나오지 않는다. 가치는 기술이 사람의 삶 속으로 스며드는 방식에서 창출된다. 기술가치는 ‘어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가’, ‘어떤 산업의 효율을 높이는가’, ‘어떤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가’ 등으로 정의된다. 가치란 연결·적용·사용을 통해 만들어진다.

動世(동세) — 기술이 세상을 바꾸려면 시장에서 움직여야 한다

技價動世의 핵심은 動世이다.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기술 자체의 성숙이 아니라 기술이 시장 속에서 ‘움직여가는 과정’에 의해 결정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고객을 이해하려는 관찰이 있어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기술은 사람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둘째는 고객 정의와 테스트가 필요하다. 초기 고객을 명확히 설정해서 고객이 구매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핵심기술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고객에게 검증 받아야 한다. 셋째, 생산 준비(Production readiness)도 필요하다.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려면 생산 체계가 안정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치를 전달하는 과정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데, 넷째, 전달준비(Operation readiness) 가 필요하다 . 운영·배송·유지보수·CS까지 갖춰져야 기술은 사회 속에서 살아남는다. 이 모든 단계를 통과해야 동세(動世)의 의미가 완성된다.

기술사업화에는 BRL(Business Readiness Level)이 필요하다. 기술의 완성도 보다는 기술이 ‘세상에 들어갈 준비도’로 표현하고자 한다. 기술이 시장에 들어갈 준비가 되었는지를 평가하는 BRL이 필요하다. BRL은 고객 정의, 고객 테스트, 생산 준비, 공급망 준비, 운영 준비, 시장 확장성 등 기술사업화의 전체 여정을 포함한다. TRL이 7~8라도 BRL이 1이면 시장은 열리지 않는다. BRL이 높아야 기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技價動世 — 기술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오이마켓의 선언

기술은 연구실에서 태어나지만 세상을 바꾸는 기술은 시장 속에서 완성된다. 기술의 가치를 높여(技價), 기술이 움직여 세상을 바꾸는(動世) 과정 전체가 기술사업화의 본질이며, 오이마켓이 만드는 새로운 언어다. 이것이 오이마켓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기술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모든 사람의 철학이다. 많은 이들의 동참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