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5 동아AI포럼’에 참석한 내빈과 전문가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어 데이터에 한계가 있는데 특화된 소버린 인공지능(AI)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지 않나요?”
“소버린 AI가 챗GPT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나요?”
“기업 수요에 맞는 AI 인력을 기르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요?”
주간동아 창간 30주년을 기념해 9월 23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2025 동아AI포럼(동아AI포럼)’에서 참석자들은 한국의 AI 전략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을 쏟아냈다. 동아일보사와 채널A가 주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후원으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소버린 AI의 길을 찾다’를 주제로 기업과 학계 전문가, 정부 관계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 “훌륭한 나침반 기대” 축사
포럼은 이재명 대통령의 서면 축사가 문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뉴스 그 이상의 뉴스’로서 독자에게 사랑받은 주간동아가 우리나라와 기업의 AI 전략을 모색하는 포럼을 마련했다”며 “포럼에서 논의되는 깊이 있는 통찰과 제언들이 우리나라 인공지능 정책이 나아가는 길에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글로벌 강국 도약’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이어 축사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AI를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분명하다는 걸 확인했다”며 “오늘 들은 고견과 혜안을 마중물 삼아서 AI 발전을 돕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은 축사에서 “AI가 새로운 문명사적 흐름을 형성하는 상황”이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가 혐오시설이라는 오해나 데이터센터를 구동하기 위한 전력 문제도 해결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AI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려면 각 분야 AI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이번 포럼은 국회와 정부, 학계와 기업에서 일하는 현장 전문가들이 함께 참석해 한국의 AI 전략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첫 주제 발표에 나선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소버린 AI 실현을 위한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조 교수는 “소버린 AI는 국가 주도로 데이터 주권을 되찾고 국가 대표 AI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라며 “한국이 세계 3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미‧중의 AI 기술을 발빠르게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과 우리 강점인 반도체,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서 AI를 활용하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퍼스트 무버 전략을 함께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5 동아AI포럼’ 참석자들이 내빈 축사를 듣고 박수를 치고 있다.
국내 대표 AI 모델 ‘엑사원’을 개발한 LG AI연구원의 최정규 AI Agent Group 그룹장 겸 Language Lab 랩장은 이어진 주제 발표에서 에이전트 AI에 집중해 설명했다. 에이전트 AI는 AI가 사용자의 요청에 단순히 반응하는 수준을 넘어, 자율적으로 계획을 수립해 목표를 달성하는 AI를 말한다. 오픈AI, 메타 등 글로벌 테크 기업 역시 에이전트 AI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LG 엑사원이 선두에 서 있다. 최 그룹장은 “LG는 국내 AI 선두기업으로서 실제 산업 현장에서 AI를 이용해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기능성 화장품 개발이나 암 발생 예측인자를 발굴하는 데도 AI를 이용하는 등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AI를 개발하는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주제 발표에 니선 송경희 성균관대 AI신뢰성센터장은 현재 AI시장 속에서 한국의 상황을 설명했다. AI는 미중 패권 전쟁 한가운데 놓여 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G2를 뒤쫓기 위해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사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송 센터장은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경제2분과장과 인공지능 TF 팀장을 겸임한 전문가로서 정부의 인공지능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송 센터장은 “우리 정부가 AI 기업을 지원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데 주력한다면 ‘AI 3대 강국’으로 올라설 희망이 아직 있다”며 “범용 인공지능(AGI)이나 피지컬 AI와 같은 새로운 AI 시장으로도 적극 진출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동아AI포럼에는 AI‧빅데이터 관련 대학 연합동아리(프로메테우스, TOBIGS, BITAMIN) 학생들과 한세사이버보안고, 광운인공지능고, 서울로봇고 학생들과 교사가 방청했다. 광운인공지능고에 재학 중인 박예성 군(16)은 “우리가 어른이 됐을 때 AI와 일자리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가에서 AI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는데 그게 어떻게 이뤄질지 궁금해서 포럼에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로메테우스 소속 김현아 씨(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 4학년)는 “인공지능 인터페이스 디자인 분야에 관심이 많다”며 “전공 수업에서도 AI 관련 디자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느낌이라 관련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고 이번 행사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과기부 “학생들에게 GPU 경험 기회 제공”
주제 발표에 이어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의 진행으로 ‘AI 강국 도약을 위한 실천 과제’에 대한 종합 토론과 질의 응답이 이뤄졌다. 송단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AI 도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큰데 이는 AI 자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라며 “학생뿐 아니라 경영자를 대상으로 하는 AI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5 동아AI포럼'에서 최정규 LG AI연구원 그룹장이 ‘Agent AI와 산업 혁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장기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터넷진흥과장은 “일선에서 대학생들을 만나보면 AI 인프라를 이용하는 경험이 적어 실제 취업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들에게 정부가 들여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이용해서 개발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송경희 센터장은 “AI의 이면에는 양극화, 인류의 소멸, 노동 가치의 소멸, 탈진실 시대 등 부작용도 있다”며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배 교수는 “AI 3강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를 달성했을 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가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며 “정부가 그리는 그림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래 AI 인재가 될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은 이번 포럼이 한국의 AI 전략을 이해하고 자신들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유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AI 대학 연합동아리 프로메테우스 소속 이동헌 씨(23)는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때 주로 생성형 AI에만 주로 초점을 맞춰왔는데 AI가 제조업 분야에서 활발히 이용된다는 게 인상 깊었다”며 “대학 졸업 후 거대언어모델(LLM)이나 에이전트 AI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아 씨는 “국가적으로 AI 산업을 키우려고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같은데, AI 관련 대학원을 만들고 연구개발 예산을 지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의 질적 성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세사이버보안고 교사 김산엽 씨는 “챗GPT 등장 초기처럼 학교에서 AI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때는 지났다”며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에 학생들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출처 주간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