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경영경제 연구원장

하버드대 심리학과 마자린 바나지 교수는 최근 오픈AI의 인공지능(AI) GPT-4o를 대상으로 ‘인지(생각이나 신념)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테스트를 했다. 놀랍게도 AI가 단지 ‘말을 흉내 내는 도구’를 넘어서, 인간처럼 ‘자기 정당화의 언어적 구조’까지 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AI가 수많은 인간 담론을 학습한 결과, 인간의 사고방식뿐 아니라 인간의 자기기만과 비합리성까지도 언어적으로 모방한다는 것이다. 특히, AI가 설득, 조언, 평가 등의 역할을 할 때, 인간처럼 ‘후회’하거나 ‘생각을 바꾸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GPT-4o가 인지 부조화를 겪지는 않지만, 그것을 언어적으로 시뮬레이션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이는 AI가 제공한 정보를 지나치게 신뢰하는 것이오히려 오판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바나지 교수는 강조했다.

인지 부조화는 한 사람이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상반되는 신념, 생각, 가치 또는 행동을 가질 때 느끼는 심리적 불편함이나 스트레스를 의미한다. 이때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고, 신념이나 태도를 바꾸거나, 행동을 바꾼다. 그래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기존의 정보를 재해석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인지 부조화를 의식적으로 무시하거나 외면한다. 즉 자신의 판단과 선택을 비합리적으로 정당화하려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가령,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아무리 담배가 해롭다는 정보가 넘쳐나도, 담배를 끊는대신 아무런 근거 없이 자신은 괜찮다고 생각하거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합리화하는 것이다. 또한 어떤 종목에 확신을 갖고 투자했는데 주가가 폭락하면,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고 믿고 싶은 마음과 시장 상황이나 객관적인 정보와 차이에서 인지 부조화를 겪게 되는데, 이때 많은 사람이 자신의 신념을 바꾸는 대신 자기 결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손절 회피, 혹은 물타기를 하는 등 과도한 위험 추구 행동을 하게 된다.

가짜 뉴스가 확산하는 이유로 확증 편향이 거론된다. 확증 편향을 설명하는 원리 중하나가 인지 부조화다. 자신의 정치 성향과 반대되는 특정 언론을 거르는 ‘선택적 노출’ 이나, 지지하는 정당에 불리한 기사를 가짜 뉴스라고 깎아내리는 ‘선택적 지각’ 등이 인지 부조화를 해결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팩트 체크 기사도 예외는 아니다. 팩트 체크 결과, 자신의 정치 성향과 부합할 경우, 매우 정확하다고 평가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과 공유하려는 의향을 강하게 보인다. 그러나 자기 입장과 불일치할 경우, 해당 이슈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평가절하하거나 조작된 결과라며 애써 외면함으로써 인지부조화를 줄이려는 경향을 나타내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유튜브에 중독되는 이유다.

이솝 우화의 ‘여우와 포도’ 이야기가 가장 대표적인 인지 부조화 사례다. 자기 능력이 부족하여 딸 수 없는 포도를 신 포도라고 폄하하면서, 못 따는 것이 아니라 안 따는 거라며 자신을 합리화한다. 니체는 그의 단편 모음집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여우보다 더 뻔뻔한 인간을 언급한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변명과 억지만을 늘어놓는 사람’이다. 여우는 ‘어차피 시어서 못 먹을 거야’라고 자기 합리화하며 그냥 그 자리를 떠나지만, 사람들은 멀쩡한 포도를 신 포도라고 앞장서서 거짓 소문까지 낸다는 것이다.

심혈을 기울여 추진했던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났을 때 ‘여우보다 더 뻔뻔한 리더’는 실패를 온갖 변명으로 포장한다.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내부가 아닌 외부 탓으로 돌리거나 특정 인물 탓인 것처럼 조작하기도 한다. 나약한 존재로 인식되는 게 두려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포도를 딸 능력이 부족할 때 필요한 건, 변명과 자기 합리화가 아니라 자기반성과 끊임없는 노력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