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피터 틸, 리드 호프먼과 같이 '페이팔(PayPal)' 출신으로 페이팔을 넘어서는 엄청난 성공을 이룬 '페이팔 마피아'처럼, 오픈AI를 나와 스타트업을 시작한 소위 '오픈AI 마피아'들이 AI 산업을 쥐락펴락하며 오픈AI의 최대 경쟁자로 떠올랐다. 이들의 등장으로 오픈AI 중심의 독점적 AI 생태계가 급격한 변화를 보이며 다변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앤트로픽(Anthropic)'의 다리오 아모데이, '퍼플렉시티(Perplexity)'의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Safe Superintelligence Inc., SSI)'의 일리야 수츠케버, '싱킹 머신스 랩(Thinking Machines Lab, TML)'의 미라 무라티 등이 있다.
아모데이는 2021년 앤트로픽'을 창업했다. AI 챗봇 '클로드'가 좋은 평가를 받으며, 금년 3월 기준 615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1500억 달러 이상의 밸류로 중동 국부펀드로부터 50억 달러의 투자유치가 마무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오픈AI의 3000억 달러에 이어 AI 스타트업 중 두 번째로 높은 몸값이다. 오픈AI는 지난 4월 소프트뱅크 등에서 3000억 달러의 기업가치로 400억 달러를 유치했다. 검색과 연계된 AI 기능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퍼플렉시티(Perplexity)'는 2024년 초 5억 달러를 평가받았으나 지난 7월 말 1년 반 만에 기업가치가 36배 상승하며 180억 달러로 급상승했다. 오픈AI의 연구원 출신인 스리니바스가 2022년 설립했다.
오픈AI의 공동창업자 수츠케버는 2024년 SSI를 설립했다. 창업한지 1년도 안 된 지난 4월에 무려 320억 달러 가치로 20억 달러를 투자 받았다. SSI는 아직 상용 제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AI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오픈AI의 CTO였던 무라티는 금년 초 TML을 설립했다. 그녀는 'ChatGPT의 창조자'로 불리며, 2023년 테크 전문 매체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물"에 오르기도 했다. 창업 후 불과 4개월 만에 2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거금을 투자 받으며, 기업가치가 무려 140억 달러로 '데카콘(Decacorn)'이 되었다.
이 밖에도 오픈AI의 뛰어난 인재들이 메타나 구글 등 빅테크로 자리를 옮겼다. 이렇게 수많은 전문가들을 떠나보낸 오픈AI는 휘청거리고 있다. 재무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작년에 5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창업 후 한 번도 흑자를 못 냈지만 앞으로도 최소한 몇 년간은 적자가 지속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6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유치했지만 돈이 줄어드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트먼은 수익성보다 성장을 우선시할 것이며, 적자를 보더라도 투자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모델이 점점 더 좋아지는 명확한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는 한, 상당 기간 적자를 감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올해에도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400억 달러를 조달했다.
그동안 오픈AI는 만성적인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영리화에 속도를 내왔다. '인류의 혜택을 위해 일반 인공지능(AGI)를 개발한다'는 사명 아래 2015년 비영리 단체로 출발했지만, 더 나은 AI 모델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확장할수록 이를 운영하기 위한 지출은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대규모 투자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비영리 가치'만을 추구하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그러나 지난 5월 영리법인으로의 전환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더 이상 영리법인을 추진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오픈AI 초기 투자자인 일론 머스크는 "비영리로 운영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영리를 추구해 투자자와의 계약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며,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 마크 저커버그 등도 영리화 반대 의견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ChatGPT-5가 시장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위기론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지난 8월 8일 오픈AI 샘 올트먼 CEO는 GPT-5를 공개하며 "주머니 속 박사급 전문가 집단" 수준이라며 성능 향상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동안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던 'AI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 대폭 개선했으며, 사용자 의견에 과도하게 동조하는 'AI 플래터리(Flattery)' 성향을 억제했다고 밝혔다. AI 할루네이션은 인공지능 환각이라 부르며, AI가 마치 환각을 보듯이 학습 데이터에 없는 사실이 아닌 정보를 생성하거나, 맥락과는 전혀 관계없는 답을 마치 진실인 듯 답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또한 지금까지 ChatGPT를 포함한 AI 챗봇이 사용자의 쿼리(질문)에 과도하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해주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오히려 이러한 플래터리에 대해 많은 고객들이 너무 불편하고 짜증 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 오픈AI가 공개한 업데이트된 GPT-4o 모델은 "지나치게 긍정적인 답변만 내놓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러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 업데이트를 철회했었다.
이번에 공개된 ChatGPT-5는 코딩 벤치마크와 과학·수학 추론 시험에서 큰 폭의 향상을 보였으며, 도구 호출과 긴 문맥 처리도 정교해지고 API 가격은 대폭 내렸다. 올트먼은 마치 '핵폭탄을 만든 기분'이라며, AGI(일반 인공지능)에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고 했다. '한 줄 프롬프트로도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사례도 나오고, 전문가들은 대체로 성능 향상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부분을 찾기 어렵다며, 전 세계 사용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공감 능력이 높았던 GPT-4o의 사용이 중단되자 '유일한 친구를 잃었다'며,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과 엑스(X), 스레드 등 소셜미디어에는 GPT-4o 부활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과 함께 'Keep4o(4o를 돌려달라)'라는 해시태그가 확산되고 있다. 출시 직후 오픈AI에게 가장 빗발친 문의는 '이전 모델을 돌려달라'는 요청이었다. GPT-4o가 감정적으로 친근하고 일관된 답변을 하는 반면, GPT-5는 말투가 일관되지 않고 뒤바뀌거나 대화의 감정적인 맥락을 이어가는 능력이 낮다는 불평이 많았다. AI를 친구처럼 대하는 사람들에겐 '체감 성능'이 이전보다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올트먼은 "차가운 논리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따뜻한 감성 지능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며, 유료 플랜 이용자들에게 GPT-4o 선택 옵션을 제공하고, GPT-5를 더 따뜻하게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의 파트너십이 위기를 맞이했다는 보도를 했다. 오픈AI의 지배구조 전환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의견차가 커서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두 기업의 관계가 최악이며,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를 반독점 혐의로 제소하는 것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비영리화 체제 유지 결정으로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커졌다. 4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소프트뱅크는 오픈AI가 연말까지 영리 법인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투자금을 200억 달러로 줄일 수 있다는 옵션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끝없는 인재 유출과 파트너와의 심각한 갈등, 쉽지 않은 자금조달과 막강한 경쟁자들의 출현, 그리고 심혈을 기울인 신기술에 비판적인 소비자의 평가. 그야말로 오픈AI를 위기로 내몰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오픈AI는 현재 주간 활성 이용자 수가 7억 명이 넘고, 유료 구독자도 500만 명을 보유한 세계 최고의 AI 기업이다.
위기론에 대해 지금은 위기라기보다 '성숙기로의 전환기'라는 'GPT-5의 답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