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본격적인 ‘속도전’에 나섰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를 포함한 7개 부처가 공동으로 내놓은 ‘BCI 산업 혁신·발전 촉진 이행계획’은 단순한 연구 지원이 아니라 규제, 표준, 제조, 임상을 하나의 트랙으로 묶어 2027년 임상 실용화, 2030년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선도기업 창출까지 일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에서 뉴럴링크와 싱크론 같은 민간 기업이 FDA 단계 심사를 개별적으로 통과해야 한다면, 중국은 처음부터 규제 기관이 합류하는 모델을 제시해 승인 시간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이행계획은 총 17개 세부 과제로 구성됐다. 초저전력 삽입형 신호처리 칩 개발, 흉터와 염증을 줄이는 전극 소재 고도화, 실시간 의도 해독 알고리즘, 비침습형 대량생산 라인, 보안·윤리 기준과 데이터 거버넌스, 국가 테스트베드·표준화 컨소시엄 구축 등이 담겼다. 중국 연구진은 이미 128채널급 독자 전극을 활용해 환자가 스마트폰 앱을 조작하거나 체스를 두는 임상 데모를 공개했다. 정부 문건은 의료 보조를 1차 타깃으로 삼고 2027년까지 다기관 임상과 보험·급여 연계를 위한 근거 축적을 명시하고 있다.
계획의 또 다른 축은 반도체 내재화다. 뇌 신호를 잡음 없이 읽고 실시간으로 부호화·전송하며 발열과 배터리 제약을 버텨야 하는 만큼 초저전력·저지연 칩이 병목이다. 중국은 BCI 전용 아날로그 프런트엔드, 무선 전송, 온디바이스 추론까지 국산화 로드맵을 내세우며 외산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려 한다. 여기에 국산 전극, 패키징, 멤스 공정과의 통합도 병행된다.
정부는 의료를 넘는 소비자 시장도 겨냥한다. 운전자 졸음·주의 감지, 작업자 피로·위험 감지, 게임과 콘텐츠 인터랙션 같은 비침습형 제품을 전략 품목으로 지정했다. 세계 최대 전자소비재 생산기지라는 제조 기반을 활용해 빠른 단가 하락과 대중화를 꾀한다.
중국식 규제 모델은 연구 초기부터 규제기관과 의료기기 심사 주체가 합류하는 ‘선동행–후심사’ 방식이다. 전임상에서 임상으로 넘어가는 게이트에서 효율을 높이고 국가가 임상 네트워크와 보험·급여 평가를 동시에 설계한다. 속도 이점이 있는 반면 데이터 투명성, 피험자 보호 등 국제 신뢰 확보가 과제로 지적된다.
자금은 국가 차원의 대형 투자펀드와 지방정부 산업기금, 국유·민간 전략투자, 병원·보험 파일럿 예산이 결합하는 구조다. 중국은 제조·유통에서 규모의 경제를 앞세우고, 미국과 유럽은 임상 설계·윤리·플랫폼 소프트웨어에서 강점을 보이는 구도가 형성된다.
기술적으로는 칩, 전극, 수술 로봇, 알고리즘의 통합 개발이 관건이다. 다채널 고밀도 전극과 만성 임플란트의 생체적합성, 무선 및 발열 관리, 소수 샘플 환경에서도 강인한 디코딩 알고리즘, 자동화된 정밀 삽입 로봇 등이 핵심이다.
국제적으로는 기술, 안보, 표준 세 가지 축에서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신경 데이터는 고도의 민감정보인 만큼 각국은 군민겸용 리스크를 경계하고 있다. 전극, 커넥터, 신호 포맷, 상호운용 API를 누가 선점하느냐가 플랫폼 주도권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빠른 상용화에는 장기 임플란트 안정성, 데이터 주권·프라이버시, 알고리즘 오판 책임, 사이버보안, 윤리 문제 등 그림자도 따른다. 중국이 글로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정교한 관리가 필요하다.
즉, 임상 결과와 보험 채택, 양산 수율과 원가 곡선, 개발자 생태계 개방 범위가 중요하다. 빠른 속도가 아니라 오래, 안전하게, 널리 쓰이는지 여부에서 갈릴 전망이다. 요약하면 2027년 임상, 2030년 상용화가 BCI 패권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출처 디지털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