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의류 국내 재활용 체계 구축 연구
수출 폐의류, 상당수 무분별 소각에
국제사회 폐의류 수출 제한 움직임
KEI, 단계적 생산자재활용책임제 제안

한국환경연구원 '폐의류 국내 재활용 체계 구축 방안 연구' 인포그래픽

한국환경연구원(KEI, 원장 김홍균)은 ‘폐의류의 국내 재활용 체계 구축 방안 연구’를 통해 국내 폐의류(헌 옷) 재활용 체계의 조속한 마련이 필요하다고 4일 밝혔다.

KEI는 “저렴한 옷을 빠르게 소비하고 폐기하는 ‘패스트 패션’ 유행으로 폐의류 문제가 또 하나의 환경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섬유 산업은 생산과정에서 물과 자원, 유해 화학 물질을 다량 사용하고 온실가스 배출이 높은 업종으로, 섬유 소비는 식음료, 운송, 주택에 이어 4번째로 환경과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KEI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만 한 해 80만t의 의류 쓰레기가 발생한다. 이 중 약 30만t을 중고의류 형태로 해외에 수출한다.

문제는 상품 가치가 낮은 의류들이 수입국에서 적절히 처리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소각되거나 매립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처리로 환경오염과 건강 문제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중고의류 수출 기준을 강화하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폐의류 수출이 어려워진다는 것은 국내에서 자체 처리하는 양이 증가한다는 의미다. 폐의류 처리량과 처리비용이 증가하면 민간 수거 체계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소각량 증가는 소각시설 부족과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폐의류 국내 재활용 체계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국내 폐의류 수거 및 처리 체계는 민간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지자체는 관리시스템이 미비한 현실이다. 수거량이나 처리 현황 데이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대다수다. 폐의류 관리에 관한 조례나 지침을 제정한 지자체조차 업체 선정, 수거함 관리, 불법투기 방지 등 최소한의 조치만 이뤄진다.

KEI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폐의류 문제 해결 핵심 수단으로 제시했다.

EPR은 제품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을 생산자가 책임지고 회수 및 재활용 의무를 직접 이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헝가리, 라트비아, 북마케도니아 등 국가에서는 이미 의류 분야에 EPR을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기·전자제품이나 포장재 등에 적용 중이다.

국내 섬유 산업도 국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의 환경성 개선과 재활용 소재 수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국내 폐의류 회수 체계가 민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통계가 명확하지 않고, 부자재 제거나 소재별 선별 기술도 상용화 단계에 있지 않아 의류 분야에 EPR을 바로 적용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KEI 연구진은 예비 단계인 Pre-EPR 모형을 제안했다. 정부 부처와 산업계 간 협력을 기반으로 합리적인 재활용의무량 설정과 생산자 혜택(인센티브)을 통해 제도 기반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점진적으로 회수·운송업자와 수출업자를 포함해 안정적인 재활용 체계로 확장하는 형태다.

주문솔 KEI 연구위원은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 폐의류 처리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국내에서도 안정적인 회수·재활용 체계를 마련해 스스로 책임지는 순환 경제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출처 데일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