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해변이 최근 ‘푸른곰팡이’처럼 보이는 푸른우산관해파리 떼로 뒤덮이며,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 기후변화와 생태계 불균형의 경고음으로 작동하고 있다.

제주지역 제주시 함덕·삼양·김녕 해수욕장과 서귀포시 표선·사계리 해안가 등에서 최근 수천 마리에 이르는 푸른우산관해파리(Porpita spp.)가 대량 출몰했다. 지름 3~4㎝의 동그란 몸체와 촉수가 곰팡이처럼 바다 표면을 덮으며 SNS와 언론을 통해 “푸른곰팡이 같다”고 표현될 만큼 이례적인 장관이 펼쳐졌다. 해파리가 수면 위는 물론 조간대 바위틈과 모래사장까지 광범위하게 퍼지며 일부 해수욕장은 입수 통제되기도 했다.

푸른우산관해파리는 따뜻한 열대·아열대 해역, 태평양·지중해·인도양 등에 서식하며 우리나라에는 주로 난류와 바람, 만조 타이밍이 맞물려 표류해 들어오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올해 제주에서의 대규모 출현은 최근 수온 상승과 대마·쿠로시오난류의 이동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김경연 연구사는 “수온이 더 오르면 제주를 넘어 남해안까지 자주 관찰되고 정착해 산란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량 출현을 “해양 생태계 균열의 초기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바닷물 수온이 상승하면서 해파리의 번식과 표층 부유율이 증가하고, 해파리의 천적인 바다거북 및 쥐치류, 먹이 경쟁 어류 등이 과도한 어획과 환경오염 등으로 감소해 천적 균형 또한 무너졌다는 지적이 있다. 푸른우산관해파리는 독성이 강한 종은 아니지만, 시즌마다 반복 출현하면 생태계 내 다른 소형 종들의 서식 조건과 먹이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사망 후에도 키틴질 구조가 남아 해저나 모래에 잔존해 장기적 생물간섭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 해파리는 강한 독성이 없지만, 촉수가 피부에 닿으면 따끔한 자극이나 발진을 유발할 수 있어 해수욕객은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바닷가에서 해파리 발견 시 가까이 가지 말고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고 발생시 자극 부위를 바닷물로 씻고 민물이나 음료수 사용을 피하며, 남은 자포는 카드를 이용해 제거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번 사건처럼 푸른우산관해파리와 같은 ‘비강독성·비상시적’ 종은 기존 경보 체계에서 소외되어 왔다. 탐지는 주로 시민 제보로 시작되며 사후 수거와 통제가 중심이 된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초기부터 광범위하게 퍼졌고, 탐지 시스템의 공백이 반복 출현을 가능하게 했다. 해류와 기상 데이터를 통한 예측 기술과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주 앞바다를 뒤덮은 푸른우산관해파리는 지리적·기후적 변화 속 생태계의 전환점을 보여준다. 단순한 풍경이 아닌, 해양환경의 신호다. 반복 출현은 무해함만으로 무시할 수 없다. 기후 변화와 해양 불균형이 맞물리면, 보이지 않던 해양 생태계의 위기는 눈앞에 성큼 다가온다. 제주가 생태변화의 최전선이라면 이에 대한 과학적 인식과 체계적 대응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