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의 시대, 포장 산업의 전환점

탄소중립과 순환경제로의 이행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산업 전반에 걸쳐 ‘포장재’는 더 이상 단순한 보호·운반의 도구가 아니라, 환경성과 기술 혁신이 교차하는 핵심 접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소비자 인식의 변화, ESG 경영의 확산, 글로벌 규제 강화가 맞물리며, 지속가능한 포장재 개발은 곧 산업 경쟁력의 척도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친환경 패키징 융합제품’은 단순한 대체재가 아닌 고부가가치 창출의 전략적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특히 전통 포장재 산업과 바이오소재, 나노기술, 인공지능, 스마트센서 기술이 융합되며, 친환경 포장재는 기술집약형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정부 역시 보다 입체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지원 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책 환경의 진단: 분절된 규제에서 통합적 생태계로

현재 국내의 친환경 패키징 관련 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여러 부처에 걸쳐 단편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실질적인 산업계의 요구와는 간극이 존재한다. 예컨대 생분해성 소재에 대한 인증 체계는 환경부 주도로 진행되지만, 해당 소재를 활용한 산업 제품의 양산과 사업화는 산업부 또는 중기부의 R&D와 연계되어야 실효성을 가진다.

문제는 이들 정책 간의 통합성과 실행력이다. 각 부처별 지원은 대부분 초기 연구개발에 집중되어 있으며, 실증, 양산, 시장 진입까지 이어지는 생태계 전 주기적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융합기술 기반 패키징의 경우, 복수의 기술영역을 포괄함에도 불구하고 단일 기술 기준에 따른 평가체계가 적용되어, 혁신 제품의 시장 진입 장벽이 높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친환경 패키징 융합제품을 ‘융복합 신산업’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부처 간 협업을 전제로 한 거버넌스 구축이 선결되어야 한다. 포장재 산업을 단순한 플라스틱 이슈로 축소해서는 안 되며, 이를 ‘그린 전환을 가속화할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는 정책 철학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책 방향① 기술–시장 연계형 R&D 플랫폼 강화

첫 번째로 요구되는 정책 방향은 R&D와 시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플랫폼 구축이다. 현재는 TRL 3~5 수준의 소재 기반 기술에 대한 지원은 활발하나, TRL 7 이상 수준에서의 실증, 인증, 유통 연계 등 ‘시장화 전환’ 단계에서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시장 연계형 ‘그린 패키징 오픈랩’ 또는 ‘융합 테스트베드 허브’를 구축해야 한다. 이 플랫폼은 산·학·연·관이 공동으로 사용가능한 실증 인프라를 제공하며, 시제품 개발, 생분해 테스트, 내열성/내습성 테스트, 리사이클성 평가 등 다양한 시험 서비스를 통합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특히, AI 기반의 시뮬레이션 설계와 제너레이티브 소재 디자인 기술을 접목하면, 패키징 개발의 속도와 정밀도 모두를 끌어올릴 수 있다.

정책 방향② 규제혁신과 표준 체계 정비

기술 혁신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필수다. 현재의 패키징 규제는 소재 종류별로 세분화되어 있으며, 혁신 소재의 등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다층구조의 고기능성 바이오필름 제품은 재활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지만, 실제로는 기존 제품 대비 탄소 배출량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이에 따라, ‘기능 중심’ 또는 ‘환경 영향 중심’ 평가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재활용 가능성, 탄소발자국, 생분해 소요기간 등 다양한 정량적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증과 분류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또한 국제 표준과의 연계를 고려한 KS 체계 재편 역시 필수적이며,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제도적 징검다리를 마련해야 한다.

정책 방향③ 수요 기반의 민·관 시장 창출 메커니즘

친환경 패키징 제품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공공조달과 민간 수요처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수요 기반 시장 창출 메커니즘’이 작동해야 한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는 생분해성 쓰레기봉투 도입이나, 리사이클 패키징 우선 사용 조례가 시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선도 수요처로서의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예산편성과 조달계획에서 ‘친환경 융합패키징 제품’에 대한 우선 구매, 장기 공급 계약, 인증 연계 인센티브 등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대형 유통/물류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재활용이 용이한 스마트 라벨, RFID 기반 소재추적 시스템 등 첨단 기술과 연계된 수요처도 발굴해야 한다.

정책 방향④ 생태계 기반 인력 및 스타트업 지원 확대

기술은 사람이 이끈다. 그러나 현재 친환경 패키징 융합기술 분야는 인력 미스매치가 심각하다. 화학공학, 재료공학, 환경공학, 디자인, 기계시스템공학, AI 등 다학제 간 통섭형 인재의 수요는 폭증하고 있으나, 이를 충족할 교육–훈련 체계는 여전히 초기 수준이다.

따라서, 정부는 융합형 고급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신규 기획해야 하며, 산학협력 기반 석박사 연계 트랙과 연계해 전문 인력을 산업 현장으로 공급하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아울러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초기 실증 지원, 투자연계형 TIPS 및 Scale-up TIPS 프로그램 확대, 글로벌 진출 플랫폼 연계 지원도 확대되어야 한다. 특히, 친환경 포장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 리스크가 크므로, 정부가 선제적 리스크를 분담해주는 역할이 필수적이다.

패키징을 넘어, 전환의 플랫폼으로

친환경 패키징 융합제품은 단순한 플라스틱 대체품이 아니다. 그것은 소재 혁신과 디지털 전환, 그리고 정책적 상상력이 결합한 새로운 산업 플랫폼이다.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분절된 지원을 넘어 통합적 생태계 전략을 수립하고, 규제 혁신과 시장 유도, 인재 양성을 아우르는 포괄적 정책 전환에 나서야 할 때다.

친환경 패키징은 곧 ‘지속가능한 국가 경쟁력’의 척도다. 기술, 정책, 시장이 선순환하는 구조 속에서 우리는 더 푸른 미래를 포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