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매우 복잡하다. 뿐만 아니라 매순간 매순간 불확실성은 점점 더 커진다. 기술이 시시각각 발전하고 새로운 기술도 우후죽순격으로 나타난다. 그 결과 산업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새로운 위협과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전 지구적 문제가 겹겹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풀어야 할 문제의 해답은 이제 단선적인 사고나 단일한 전문성만으로는 크게 부족하다. 어떤 사람들이 되어야 하나? 어떤 사람이 필요한가?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인간상은 무엇일까?
“양손잡이형 인간(Ambidextrous Human)”이다. 단순히 왼손과 오른손을 물리적으로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탐색과 실행의 균형’, ‘감성과 이성의 통합’, ‘전문성과 융합의 공존’을 갖춘 인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러한 인간형이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의 핵심 추진자가 될 수 있다.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해 우리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해야 한다.
오픈이노베이션은 외부 자산과 내부 역량을 융합해 혁신을 도모하는 방식이다. 더 이상 혁신은 조직 내부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외부의 아이디어, 기술, 사람, 심지어 실패 사례까지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내부의 실행력과 연결해야 진정한 혁신이 일어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양손잡이형 인간이 가진 세 가지 핵심 역량이다: 탐색과 실행의 균형, 감성과 이성의 통합, 전문성과 융합의 공존.
첫째, 탐색과 실행의 균형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은 늘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는' 동시에, 그것을 '구현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탐색에 강하거나, 실행에 강한 편향성을 가진다. 하지만 양손잡이형 인간은 탐험정신과 실행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탐색하면서도 그것을 빠르게 프로토타이핑해서 시장 테스트를 통해 현실화할 수 있다. 이 균형은 특히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협업, 산학연 공동 연구, 기술이전과 같은 구조에서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유럽의 모빌리티 기업들은 내부 개발팀과 외부 스타트업 간의 '이중 트랙' 전략을 통해 실험적 기술을 테스트하면서도,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빠르게 시장에 적용하고 있다. 이는 탐색과 실행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가 갖춰졌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 일본의 제조업체들은 내부적으로는 정교한 공정 기술을 유지하면서도, 외부 디자인 스튜디오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제품의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는 복합적 전략을 취한다. 이러한 복합성과 민첩성은 양손잡이형 인간에게 필수 요건이 된다.
둘째, 감성과 이성의 통합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은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협업으로 이루어진다. 연구자, 기업가, 정책가, 사용자, 투자자 등 서로 다른 세계관과 목표를 가진 이들이 만나 공통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논리와 계약 조건이 아니다.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정서적으로 공감하며, 관계를 설계하는 능력이다. 양손잡이형 인간은 이성과 논리로 문제를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는 동시에, 감성과 공감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만들어낸다. 이는 다자간 협업 프로젝트, 사회문제 해결형 기술 개발, 혹은 지역사회 기반 혁신 등에서 갈등을 최소화하고 공동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필수적인 역량이다. 핀란드의 헬싱키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나 덴마크의 순환경제 디자인 협업 사례는 기술과 시민 감수성 사이의 조화를 얼마나 잘 설계했는가가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셋째, 전문성과 융합의 공존이다. 과거에는 한 분야의 전문성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문제는 점점 더 복합적이며, 해답은 여러 분야의 교차점에서 발견된다. 양손잡이형 인간은 자신만의 전문성을 깊이 있게 갖고 있으면서도, 타 분야의 언어를 배우고 관점을 수용할 수 있는 융합형 사고를 지닌다. 이들은 엔지니어이자 기획자, 디자이너이자 데이터 분석가, 혹은 과학자이자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며, 경계 없는 협업을 실현한다. 실제로 스위스 연방공대(ETH Zurich)에서는 공학과 인문학을 아우르는 프로젝트형 연구가 일상화되어 있으며, 미국의 MIT 미디어랩 역시 기술·예술·정책이 연결되는 융합적 생태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양손잡이형 인재는 단지 '두 분야를 아는 사람'이 아니라 '둘을 연결하는 사람'으로서 조직과 사회의 접합점을 설계하는 역할을 한다.
이 세 가지 역량은 어느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탐색만 강하면 아이디어는 넘치지만 실행이 안 되고, 실행만 강하면 혁신은 점점 닫힌 구조로 퇴보한다. 감성만 있으면 관계는 좋지만 성과가 부족하고, 이성만 있으면 갈등이 쌓인다. 전문성으로는 깊이에 도달하지만 연결이 없고, 융합만 추구하면 깊이를 잃는다. 결국 오픈이노베이션을 성공으로 이끄는 인간은, 이 세 가지를 '균형 있게' 사용할 수 있는 양손잡이형 인간이다.
이제 우리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 조직, 사회, 국가 차원에서도 이 양손잡이를 육성할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학교 교육은 단일 전공 중심에서 벗어나 다학제적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확대하고, 기업은 직무 간 경계를 허물고 순환형 인재 육성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정책 설계 시 기술-사회-문화의 통합을 고려하고, 협치와 집단지성의 메커니즘을 제도화해야 한다. 특히 정책 측면에서는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한 R&D 지원이 단순 과제 중심이 아닌 융합 인재 양성, 감성 기반 커뮤니케이션, 실험과 실패 허용의 문화 조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생태계 관점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양손잡이형 인간은 단지 '유능한 사람'이 아니라, '연결의 사람'이다. 한 손에는 실행의 도구를, 다른 손에는 탐색의 나침반을 쥔 채, 사람과 사람을, 아이디어와 시장을, 기술과 가치를 이어주는 존재. 이들이 있어야 오픈이노베이션은 단순한 협력 모델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혁신 생태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결국 오픈이노베이션은 양손잡이형 인간 없이는 불가능하다. 기술만으로, 자원만으로, 제도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경계를 넘어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고, 사람을 연결하며, 복잡한 현실을 단단하게 이어 붙이는 존재. 그것이 바로 오픈이노베이션을 현실로 만드는 진짜 주역, 양손잡이형 인간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런 양손잡이형 인간을 중심으로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를 재구성해야 한다. 단지 기술을 개발하고 성과를 측정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맥락과 감성적 통찰, 실천 가능한 실행 전략을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사람들, 바로 이들이 변화의 중심에 서야 한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지속가능하고 모두를 위한 혁신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나 스스로를 양손잡이형 인간으로 발전시켜야 하고 기업들은 이런 양손잡이가 늘어나야 지속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