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독감 유행은 이제 계절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 전반을 뒤흔드는 공중보건 이슈로 자리 잡았다. “도대체 왜 독감이 이토록 극성을 부리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독감을 단순한 바이러스로만 볼 것이 아니라 환경 변화, 인간의 생활 방식, 그리고 인간의 욕구와 생활 방식이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 더 빠르게 이동하고, 더 많은 사람과 교류하며, 생산성을 높이려는 욕망은 밀집 환경과 과로 문화를 고착시켜 감염 확산을 가속한다. 또한 의료·위생보다 경제 활동을 우선하는 사회적 욕구 역시 독감이 반복적으로 극성을 부리게 하는 배경이 된다. 결국 독감은 인간의 욕망이 만든 구조적 취약성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첫째, 환경 변화와 기후 요인은 독감의 재확산을 부추기는 숨은 배경이다. 기온 상승과 계절 경계의 흐려짐은 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을 연장시키고, 인간의 면역 체계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전통적으로 독감은 겨울철에만 유행했지만,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실내·외 온도 조절이 어려워지고 또한 도시화로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다양한 바이러스가 인간과 더 가까워지고 장기화되는 경향까지 나타난다. 결국, 독감은 이제 기후 위기의 한 ‘징후’로까지 이해될 수 있다.

둘째, 바이러스의 근원적 특성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변이가 빠르기로 악명 높다. 끊임없이 표면 단백질 구조를 바꾸면서 기존 면역을 회피한다. 이런 특성은 백신의 효과를 매년 달라지게 만들게 한다. 더군다나 세계화로 인해 사람과 상품의 이동 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고, 하나의 변이가 짧은 기간 내 전 세계에 퍼지기 쉬운 환경이 형성됐다.

셋째, 사회적 요인 역시 독감의 극성을 부추긴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은 마스크 착용과 위생 수칙에서 다소 느슨해졌고, 이는 호흡기 바이러스의 활동 공간을 넓혀 주었다. 동시에 경제적·사회적 압박으로 아픈 와중에도 출근을 강요받는 문화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는 감염 확산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다.

독감은 극복의 대상인가, 치유의 대상인가?

바이러스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대한 철학적 관점이 담겨 있다. 독감은 인간 사회가 완전히 “퇴치”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바이러스는 자연의 일부이며, 우리와 생태계를 공유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기력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바이러스는 “극복해야 하는 위험”이자 동시에 “관리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자연적 현상”이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적응과 관리의 균형이다. 백신과 치료제는 과학의 성과이며, 여전히 최전선의 방어 수단이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사회적·환경적 인프라의 개선이다. 환기가 잘 되는 건축 환경, 아플 때 쉬는 문화를 지원하는 제도, 기후 변화 위기를 완화하는 정책 등이 모두 독감 대응 전략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환경과 사회, 그리고 인간의 삶이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작은 바이러스가 얼마나 쉽게 일상을 뒤흔들 수 있는지! 이제 독감을 단순히 ‘겨울철 감기’의 확장판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바이러스를 둘러싼 생태적 배경을 함께 바라보고, 보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