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섭 마음AI 대표

'챗GPT 모멘트'가 촉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를 지나 업계에서 주목받는 트렌드는 단연 '피지컬 AI'다. '인간에게는 어려운 일이 컴퓨터에는 쉽고, 인간에게는 쉬운 일이 컴퓨터에는 어렵다'는 모라벡의 역설을 깨뜨릴 피지컬 AI 시대, 한국 기업은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까.

최홍섭 마음AI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FKI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한국인공지능협회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 과정 3기에서 "한국은 풍부한 제조 공장을 활용해 제조 현장에 투입할 AI 모델 개발과 데이터 공장 구축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피지컬 AI 선도기업으로 불리는 마음AI는 머신러닝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AI 솔루션과 플랫폼을 개발·공급하고 있다. 지난 10월 출범한 한국피지컬AI협회의 주관사이기도 하다.

◆"AI 회사가 로봇 스펙 결정"…산업 주도권 재편

최근 미국에서는 전통적인 로봇 하드웨어 회사가 아닌 AI 회사들이 피지컬 AI를 주도하는 '로봇 없는 로봇 회사'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최 대표는 피지컬 AI 시대에는 하드웨어 회사가 "로봇 만들었으니 쓰세요"라는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로봇의 정밀도와 스펙은 AI 모델로 직접 구동해 본 AI 회사가 판단해야 한다"며 "AI 회사들이 로봇을 가져와 자사 AI 모델로 테스트하고, 피드백을 반영해 하드웨어를 재설계하는 방식으로 산업 구조가 전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규칙 기반 로봇은 극도의 정밀성이 필요했지만 '데이터 드리븐' 방식의 피지컬 AI는 지능이 보완한다. 즉 '사람 수준 정밀도'면 충분해 경제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하드웨어 기술도 고가 센서에서 뎁스 카메라·촉감 센서로

최홍섭 마음AI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FKI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한국인공지능협회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 과정 3기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하드웨어 기술 요구사항도 바꾸고 있다. 최 대표는 "자율주행 핵심인 '라이다' 센서의 중요성은 줄어들고 사람의 양안 시각처럼 깊이감을 인식하는 뎁스 카메라와 계란 집기 같은 섬세한 작업을 위한 촉감 센서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와 반도체 분야에서도 기회가 엿보인다. 휴머노이드는 전기차와 달리 공간 제약이 커 고밀도가 핵심이다. 이는 한국이 강점을 가진 NCM 배터리 수요를 높일 전망이다. AI 반도체 역시 데이터센터용과 달리 저전력·저발열이 필수적이어서 퀄컴이나 국내 퓨리오사AI 같은 기업들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미국 가정용 vs 한국 제조 현장…차별화 전략

최 대표는 한국 정부의 피지컬 AI 전략을 "거대언어모델(LLM) 분야는 미국 추격, 피지컬 AI는 제조업 강점으로 1등 목표"로 요약했다. 미국이 가정용 로봇 시장을 공략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많은 제조 공장을 보유한 강점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피지컬 AI가 필요한 분야로 농업, 국방, 건설 등 비정형적 환경을 꼽았다. 특히 "건설 현장은 수십 년간 생산성 향상률이 낮아 자동화가 시급하다"며 "제조업도 공정 설계 단계부터 자동화된 대기업보다 국내 제조업의 90%를 차지하는 중소 제조업과 신선식품 같은 비규격 품목 처리 분야에 휴머노이드 투입이 빠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류 분야 역시 쿠팡이나 아마존처럼 로봇 친화적으로 설계된 대형 물류센터가 아닌, 중소 물류센터가 휴머노이드의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봤다.

◆"제조·로봇·AI·반도체 한 팀 돼야"…생태계 협력 강조

최 대표는 "제조 기업, 로보틱스 기업, AI 모델·데이터 기업, AI 반도체 기업들이 한 팀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수직 통합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크라우드웍스, 퓨리오사AI 등 국내 유망 기업들과의 협업 사례를 언급하며 생태계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중국의 속도를 경고했다. 그는 "중국은 국가 중심 전략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선전에는 로봇 부품을 즉시 조달하고 조립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유비테크가 세계 최초로 휴머노이드 대량 납품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휴머노이드가 상용화되면 챗GPT 혁명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가진 '경(京) 단위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디지털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