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성장 과정은 늘 ‘의욕’과 ‘유혹’ 사이의 줄타기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중소·중견기업의 경영자는 누구보다 강한 추진력과 결단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단기적 성공의 유혹’, ‘인재 과신의 유혹’, ‘확장 집착의 유혹’에 노출되기 쉽다. 이 세 가지는 성장의 엔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기업의 내실을 갉아먹는 독(毒)이 되기도 한다.

단기성과의 유혹 – 숫자에 취한 성장의 착각

❍ 스타트업이든 중견기업이든,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유혹은 ‘단기 실적의 달콤함’이다. 매출 증가, 투자유치, 빠른 시장점유율은 외형적 성취로 보이지만, 실질적 경쟁력과는 다를 수 있다.

❍ 초기 기업은 특히 투자자의 눈치를 보거나, 시장의 기대치에 휘둘리기 쉽다. 이에 따라 ‘실적 중심의 단기 목표’에 집착하게 되고, 장기적 브랜드 가치나 기술 내실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그러나 단기 실적만을 좇는 경영은 ‘속도는 빠르지만 방향이 없는 질주’와 같다.

❍ 한 스타트업은 출시 1년 만에 매출이 세 배 뛰었지만, 수익성 없는 판촉과 무리한 확장으로 2년 뒤 현금흐름이 마비되었다. 결국 투자자도, 고객도 등을 돌렸다. 기업은 성장보다 ‘지속 가능성’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영의 진짜 성과는 “얼마나 빨리”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로 측정된다.

인재 과신의 유혹 –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함정

❍ 두 번째 유혹은 인재에 대한 ‘과신’이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핵심 인재 몇 명의 역량이 기업 전체의 성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이 구조는 동시에 큰 위험을 내포한다.

❍ 경영자가 특정 인물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이 사람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빠지면 조직 전체의 균형이 무너진다. 특히 기술개발이나 영업부문에서 “한 명의 천재가 회사를 먹여 살린다”는 환상은 조직의 협업 구조를 약화시킨다.

❍ 더 큰 문제는 인재 본인도 자신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면서 권한을 남용하거나, 이탈 시 기업의 핵심 기술이나 거래망이 함께 유출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기업의 건강성은 개인의 재능보다 ‘시스템화된 지식’과 ‘협업의 구조’에서 나온다. 경영자는 유능한 인재를 ‘의존의 대상’이 아니라 ‘조직의 한 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시스템이 없는 인재 경영은 결국 ‘불안정한 영웅주의’로 흐른다.

확장과 외형의 유혹 – 규모가 곧 성장이라는 착각

❍ 세 번째는 ‘확장’의 유혹이다. 사업이 조금만 안정되면, 대부분의 기업은 새로운 사업영역 진출이나 설비 확충, 해외시장 개척 등을 서두른다. 이때 흔히 내세우는 말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이다. 하지만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이지, 준비되지 않은 자에겐 ‘위험’이 된다.

❍ 많은 중견기업들이 매출 성장을 위해 무리하게 부문을 다각화하다가, 핵심 역량이 분산되어 본업마저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외형 성장에 따른 고정비 증가, 조직 복잡화, 리스크 관리의 한계 등은 결국 수익 구조를 악화시킨다.

❍ 경영자는 확장보다 ‘집중’을 배워야 한다. 기업의 성장은 “넓히기”보다 “깊이 파기”에서 시작된다. 깊이를 확보하지 않은 확장은 모래 위에 세운 성과 같다.

유혹은 방향을 흐리는 안개다

스타트업과 중소·중견기업의 경영은 늘 선택의 연속이다. 빠른 성장, 인재 영입, 사업 확장은 모두 ‘기회’이자 ‘유혹’이다. 그 차이는 ‘기초가 다져졌는가’, ‘지속 가능한 구조인가’로 구분된다. 경영자는 외부의 박수보다 내부의 구조를 보아야 한다. 성장은 ‘속도’보다 ‘균형’이며, 혁신은 ‘새로움’보다 ‘지속성’이다.

유혹을 이기는 기업은 단순히 생존하는 기업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철학이 남는 기업이다. 경영의 본질은 결국 “어떻게 이익을 내는가”가 아니라 “왜, 어떤 가치로 이익을 내는가”에 있다. 그 가치를 지키는 힘이, 유혹을 이기는 진짜 경영자의 자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