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센씨티에스가 고성능 AI 인프라를 갖춘 ‘AI 이노베이션 데이터센터’를 개소했다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다. 산업의 중심에 들어섰고, 모든 것이 AI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문제는, 이 AI를 움직이는 진짜 동력원이 ‘데이터’가 아니라 ‘전기’라는 점이다.

AI 연산의 급증은 단순한 서버 증설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전 세계가 직면한 것은 전력 수요 폭증이라는 구조적 위기다. GPU 확보 전쟁의 이면에는 그 칩을 돌릴 수 있는 전력 공급의 병목이 있고,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시스템과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 인프라가 동반되지 않으면, AI는 더 이상 확장되지 못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AI 연산에 사용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2025년 기준 전 세계 전력 소비의 4.5%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중소 국가 전체의 전력 사용량을 뛰어넘는 수치다. 또 다른 분석기관인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는, 2030년까지 미국 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현재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텍사스, 조지아, 애리조나 등 미국 남부 지역에서는 신규 AI 데이터센터 개발이 전력망 용량 한계로 좌초되고 있으며, 전력회사들이 역으로 데이터센터 입지를 제한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한국에도 예외 없이 도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7년까지 수도권 내 데이터센터 예상 전력 수요는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수도권 전력망의 수용 한계는 이미 포화에 근접해 있다. 2023년 말 기준, 경기 북부 일부 지역에서는 산업단지 내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요청이 거절되거나 지연된 사례도 보고됐다.

냉각 시스템 역시 병목이다. AI 연산의 고도화로 서버당 소비 전력이 수십 kW 단위로 증가하면서, 기존 공랭식 시스템으로는 안정적인 열 제어가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의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는 액침냉각과 수냉식 시스템을 본격 도입하고 있으며, 인텔·슈퍼마이크로·델 테크놀로지스 등도 냉각 효율을 고려한 섀시 설계와 DC 내부 배치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이 국내 중소 데이터센터에 적용되기엔 비용 장벽이 만만치 않다.

전력 공급과 냉각 문제는 결국 탄소중립이라는 또 다른 압박으로 이어진다. AI 인프라 확장과 탄소배출 저감은 원칙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유럽연합(EU)과 미국은 Scope 2·3까지 포함한 기업 전력 소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주요 ICT 기업의 탄소 배출 상한제를 논의하고 있다. AI를 경쟁력으로 삼으려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이 문제는 이제 ESG가 아니라 ‘생존’의 이슈가 됐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기업들은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모색 중이다. 메타(Meta)는 미국과 덴마크에 건설 중인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에 태양광 기반의 온사이트 발전과 수냉 시스템을 결합한 ‘전력 자급형 클러스터’를 적용 중이며, 구글은 전력망 안정성을 위해 AI로 데이터센터 내 부하 분산을 실시간 조정하는 자체 알고리즘을 상용화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예 소형 원자로(SMR) 기반 전력 공급 가능성까지 검토 중이다. 이 모든 움직임의 배경에는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는 AI 인프라를 감당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한국 역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특히 수도권 중심의 데이터센터 집적 구조는 전력 수요 불균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으며, 지방정부는 지역 분산형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연계 및 세제 혜택 등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전력망 용량 확충과 지역 수용성 확보, 사업성이라는 세 갈래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난제가 뒤따른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알고리즘이나 모델이 아니라, 그것을 뒷받침하는 지속 가능한 전력 인프라에 의해 결정된다. 전력을 감당하지 못하면 AI도 불가능하다. 기술의 경계보다 중요한 것은, 물리적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규범을 세우는 일이다. 전력, 냉각, 탄소중립이라는 세 가지 숙제를 풀지 못하면 AI는 미래를 만들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을 공유하고, 기술적·제도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오는 9월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마련된다. 디지털데일리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지속가능한 AI 시대를 위한 저전력 인프라 혁신’을 주제로 ‘제3회 DIC 2025(Digital Daily Industry Conference 2025)’를 개최한다.

이번 컨퍼런스는 고성능 AI 연산 수요가 불러온 데이터센터 전력 소모, 냉각 부담, 전력망 불균형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기업과 정부가 함께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데이터 폭증 시대, 생존을 위한 인프라 리디자인’이라는 부제를 통해, 단순한 기술 소개를 넘어 인프라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산업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

행사에는 LG전자, NHN클라우드, 리벨리온, 퀄컴, 인텔코리아, 삼성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SK텔레콤 등 국내외 주요 ICT 기업이 참가해 ▲냉각 ▲전력 최적화 ▲고밀도 연결성 ▲친환경 에너지 설계 등 각 사의 전략과 기술을 공유할 예정이다.

컨퍼런스 등록은 디지털데일리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출처 디지털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