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뷰티 페스타 방문객 모습

국내 패션 플랫폼들이 인디뷰티를 앞세워 뷰티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무신사, 29CM,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 패션 중심 플랫폼은 최근 화장품 사업을 확대하면서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같은 대형 뷰티 기업의 제품보다는 신생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큐레이션하고 있다. 자본력과 브랜드 파워에서 밀리는 후발주자가 전통 강자와의 정면 승부를 피하면서, 동시에 자체 성장 전략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무신사 뷰티는 신생 브랜드 육성에 힘을 싣고 있다. 2024년 거래액이 론칭 초기보다 약 9.6배 늘었고, 구매자 수는 같은 기간 5.6배 증가했다. 입점 브랜드는 2000여 개로 확대돼 2021년 대비 세 배 수준으로 커졌다.

지그재그와 에이블리 역시 뷰티 카테고리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이는 패션 플랫폼이 뷰티를 보조 카테고리가 아닌 직접 발굴한 브랜드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자 트렌드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인디 뷰티는 독립 운영을 기반으로 성분과 효능에서 차별화를 두고, SNS를 통해 소비자와 긴밀히 소통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선미녀, 라운드랩, 코스알엑스, 롬앤, 무지개맨션 등 인기 K뷰티 브랜드들 역시 인디에서 출발했다.

가격 대비 성능과 브랜드 스토리를 중시하는 MZ세대에게 인디 브랜드는 오히려 대기업 제품보다 새롭고 획기적인 선택지로 받아들여진다. 전통 화장품사의 대규모 마케팅과 유통망은 안정감을 주지만, 개성과 차별성을 원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매력도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패션 플랫폼은 인디 뷰티를 매개로 대기업과 다른 경쟁 방식을 택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R&D와 광고, 글로벌 오프라인 유통망을 무기로 삼는다면, 플랫폼은 신생 브랜드의 성장 서사를 함께 만들며 '발굴자'이자 '육성자'로서 차별화를 꾀한다.

이는 최근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아우르는 마케팅에서도 확인된다. 무신사는 성수동에서 '무신사 뷰티페스타'를 열어 인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고, 에이블리는 뷰티 탭을 도입한 이후 럭키박스, 소용량 기획, 선론칭 전략을 통해 소비자와 브랜드를 잇는 접점을 확대했다. 소비자에게는 플랫폼 전용 상품이라는 희소성을 제공하고, 브랜드에는 안정적인 노출과 데이터 기반 개선 기회를 주는 구조다.

국내 최대 H&B 스토어 올리브영도 인디 브랜드에 무게를 두고 있다. 매출 상위 10개 브랜드 중 7개가 중소업체일 만큼 인디 비중이 크며, 'K-슈퍼루키 위드영' 프로그램을 통해 유망 브랜드의 제품 개발과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

2025 올리브영 페스타

지난 5월 열린 '올리브영 페스타'는 3만여 명이 찾은 대규모 행사로, 인디 브랜드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고 글로벌 바이어가 참여하는 자리였다. 올리브영은 이를 통해 인디 브랜드를 글로벌 무대로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팝업이나 페스티벌은 단순 판촉이 아니라 브랜드, 플랫폼,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는 장"이라며 "이 과정에서 플랫폼이 키운 브랜드라는 서사가 설득력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패션플랫폼의 인디뷰티 집중 전략은 이제 틈새시장을 채우는 수준을 넘어섰다. 소비자는 자신이 속한 세대와 취향을 대변하는 작은 브랜드에서 친밀감을 얻고, 패션플랫폼은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축을 형성하는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전통 화장품사가 독점하던 시장 질서를 흔들며, K뷰티 시장의 또 다른 성장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플랫폼이 인디뷰티를 매개로 독자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시도는 단순한 카테고리 확장이 아니라, K뷰티 유통 구조를 새롭게 재편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출처 디지털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