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의 수질 개선 작업 전후. 왼쪽 사진은 2021년 8월 한 작업자가 당시 4급수 판정을 받은 석촌호수에 보트를 타고 들어가 녹조를 살펴보는 모습. 그해 8월부터 정화 작업을 시작한 석촌호수는 현재까지 1~2급수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2급수는 수영과 목욕이 가능한 정도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달 6일 석촌호수에서 수영 대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이다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보트 한 척이 호수 위를 다니며 투명한 약품을 분사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 수질 정화를 위해 뿌리는 친환경 약품이다. 산책하던 주민 허효남(63)씨는 “녹색이었던 호수가 다시 투명해진 뒤에는 악취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육안으로도 호수 속에서 움직이는 물고기들이 보였다.

불과 4년 전인 2021년만 해도 ‘녹조 라테’가 덮여 4급수 판정을 받았던 석촌호수는 이듬해부터 1~2급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온난화 여파로 높아진 수온과 강렬한 햇볕 때문에 전국의 하천·저수지가 녹조에 신음하는 것과 달리, 이 도심 속 ‘고인물’은 사시사철 깨끗하다.

이런 변화는 2021년 8월 국내 한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석촌호수에 적용한 결과다. 이전만 해도 녹조를 제거할 때 약품으로 부유물 같은 오염 물질을 딱딱하게 만들어 물속에 가라앉게 한 다음, 이를 제거하는 방식을 써왔다. 하지만 가라앉은 부유물을 제대로 긁어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호수 수위 유지를 위해 한강 물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오염 물질이 계속 유입되는 것도 문제였다.

악취 민원에 시달리던 서울 송파구청과 석촌호수에서 롯데월드를 운영하는 롯데물산은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써보기로 했다. 녹조 등 오염 물질을 단단한 덩어리로 만들어 가라앉히는 원리는 같으나, 그 이후 과정이 달랐다. 윗물이 맑아지면서 더 많은 햇빛이 물속에 들어오는 점을 활용, 약품 속 광촉매 물질과 침전물을 반응시켜 햇빛에 자연 분해되도록 했다. 또 오염 물질을 굳게 만드는 약품도 화학물질 대신 게 껍질에서 추출한 성분(키토산)으로 만들었다. 뿌려진 약품이 수중 미생물의 먹이가 되도록 한 것이다. 현재 석촌호수에선 일주일에 2차례 5시간씩 배를 띄워 약품을 뿌리고 있다. 비용은 연 12억원 수준으로, 롯데가 부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과 한국환경공단 등이 최근 석촌호수 수질 검사를 한 결과, 물은 1a~2급수로 맑아졌다. 수질은 1급수만 1a와 1b로, 나머지는 2~5급수로 나뉜다. 2급수는 수영·목욕이 가능하고, 끓이면 음용도 가능한 정도다. 물의 투명도를 나타내는 석촌호수의 가시 깊이는 65㎝에서 206㎝로 깊어졌다고 한다. 물의 오염도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TOC(총유기탄소) 역시 리터당 6㎎에서 2.5㎎으로 개선됐다. TOC가 6㎎ 이하면 4급수, 4㎎ 이하면 2급수, 3㎎ 이하면 1급수다. 또 녹조 원인 물질인 인과 질소도 절반가량 낮아졌고, 물에 떠 있는 부유 물질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친환경 공법이 효과를 보면서, 현재 전주 덕진공원, 천안 신방쉼터, 이천 안흥유원지 등도 같은 수질 개선 사업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석촌호수의 실험이 온난화 여파로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를 기술로 풀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한다. 홍수·가뭄 인프라를 유지하면서 저감 기술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석촌호수가 신기술을 받아들인 2021년, 환경부는 재자연화 정책을 통해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및 상시 개방 결정을 했다. 최근 발표한 녹조 대책에도 구체적 비점 오염원(발생 지점을 특정하기 어려운 오염물질) 관리 등 근본적 해결책은 담기지 않았다. 허진 세종대 환경에너지공간융합학과 교수는 “새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녹조를 일으키는 오염물질을 타기팅해 관리해야 한다”며 “정치적 논쟁에서 벗어나 과학적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했다.

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