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분당구 야탑동 본사에서 만난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

"칩렛(Chiplet)에 대한 결과물을 올해 말이나 내년 중 실리콘으로 제시하고, 3D IC 메모리 등 미래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새로운 트렌드를 이끄는 역할을 하겠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설계 지원 회사인 세미파이브가 글로벌 디자인솔루션 기업 도약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했다. 올해로 본격화된 4나노미터(㎚) 2.5D 시스템온칩(SoC) 과제에 집중하는 한편, 칩렛·2.5D 인터포저 등의 기술을 개발해 기회를 잡겠다는 포부다.

특히 차세대 저전력·고성능 칩으로 꼽히는 '3차원 집적회로 메모리 통합(3D IC Memory Integration)' 구조를 선제적으로 개발할 계획도 밝혔다.

세미파이브는 조 대표가 2019년 창업한 반도체 디자인솔루션 기업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로서 팹리스의 칩 양산을 돕는 역할을 한다. 회사는 출범 이래 팹리스가 설계한 칩 도면을 공정에 맞게 변환하거나 부분적 설계, 구현 등 백엔드(Back-end) 용역을 넘어 가장 앞단인 설계자산(IP) 확보부터 설계 지원, 칩 양산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확대에 따른 첨단 SoC 과제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 국내 팹리스인 모빌린트와 리벨리온 등을 비롯해 중국, 일본, 미국 등 주요 권역의 해외 고객사를 확보한 상태다.

아울러 14~15나노급 공정 SoC에 이어 삼성 고성능 컴퓨팅용 4나노 공정(SF4X)급 수주도 확대하는 중이다. 이와 함께 4세대 PCIe·LPDDR4·GDDR6 등을 비롯해 현재 표준화 작업 중인 LPDDR6에 대한 IP·플랫폼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조 대표는 "글로벌 기준으로 봤을 때 새로운 종류의 다양한 칩들이 개발되고 있는 개발 수요 증가가 눈에 띄게 보이고 있다. AI 모델도 발전하고 있고, 다양한 응용에서 활용범위가 넓어져 가는 중"이라며 "특히 2나노 등 선단 공정으로 가는 흐름도 있으며, 이제는 익숙해진 첨단 패키징 및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이나 칩렛과 같은 다양한 반도체 칩(Die)을 만들어 쓰겠다는 흐름이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메모리 측면에서도 연산을 담당하는 칩 위에 메모리를 쌓아 올리는 3D IC 메모리 통합 과제가 올해 들어 다양하게 기획되고 있다"며 "새로운 반도체 설계와 칩 개발 과제가 착수되는 시점으로, 이를 지원하고 구현하는 삼성 DSP나 TSMC 가치사슬파트너(VCA)들이 기회를 맞이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진행 중인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

특히 세미파이브가 확보한 3D IC 메모리 통합 과제는 차세대 구조로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다. 이 방식은 GPU나 신경망처리장치(NPU)와 같은 연산용 로직 칩 위에 D램 다이를 수직 적층하는 형태다.

기존 HBM-GPU 구성보다 패키징 구조를 단순화하고, 메모리와 연산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 전송 지연(latency)과 전력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어, 고대역폭·저전력 연산이 필수적인 AI·엣지 응용 분야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대표는 "세미파이브는 세계 최초로 글로벌 고객사와 함께 3D IC AI칩 개발 과제를 수주했다"며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는 건 각 요소기술을 조율하고 실제 설계에 반영할 수 있는 실전 경험과 파트너십을 갖췄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Arm, 시높시스(Synopsys) 등과 협력 중인 HPC 칩렛 등 개발 현황에 대해서는 "다양한 업체가 설계한 다이를 하나의 반도체로 통합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통합 칩렛 인터커넥트 표준(UCIe) 기반의 물리적 통합을 넘어, 프로토콜 수준의 호환성과 실질적인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중 완성되는 형태로 실리콘이 나오면 다양한 과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세미파이브가 확보한 성과는 이미 실적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111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713억원) 대비 57% 증가한 것이다. 영업손실은 224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수주에 따라 외형 확장이 지속되면서 점차 개선될 것이란 게 조 대표의 관측이다.

조 대표는 "다음 단계 도약을 위해 지금까지 해온 성장이나 기술적인 마일스톤을 기반으로 더 많은 기술을 리딩하고 참여하고 있다"며 "이후를 위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작년 이뤘던 성장세가 올해 줄어드는 것이 아닌 이어질 만한 실적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미파이브는 이제 생존을 위한 투자가 아닌, 글로벌 확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다음 단계 성장을 위해 3~5년 이후 3배, 4배 수준의 매출 규모를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디지털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