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전쟁은 항상 또 다른 미래를 만들어왔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과 중동에서의 전쟁이 또 다른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와 드론 같은 비행체의 기술혁신 가속화는 항공산업에 거대한 전환점을 만들고 있다. 군용기 및 민항기 제조, MRO, 위성항공 통신,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으로 세분화되는 항공산업은 이제 대기업 계열사 중심의 일괄적 생산체계에서 벗어나, 대기업이 글로벌 SI(System Integrator) 로 변신하고 다양한 스타트업 중심의 모듈형 비즈니스가 산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밸류체인이 재편되고 있다.
국내항공산업
우리나라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한국항공우주산업), LIG넥스원 등 항공·방산 대기업들이 글로벌 방산시장에 수출을 확대하면서 우주항공산업 육성을 견인하게 되었고 이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생태계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 영업이익 추이
<항공 SI 대기업의 변화와 스타트업의 기회>
항공산업에서 SI 역할을 하는 대기업은 대규모 조립 및 통합기술, 인증 획득, 글로벌 수출망을 담당하는 반면, 세부 기술 요소—예를 들어 자율비행 알고리즘, 센서모듈, AI 기반 항법 시스템, 친환경 연료 솔루션 등—은 소규모 기술 특화 기업에 의해 공급되고 있다. 이른바 "모듈형 기술 생태계"가 항공분야에서 자리 잡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저고도 자율비행을 위한 AI 기반 영상 인식 기술은 군용 드론과 UAM에서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으며, 이를 개발하는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의 플랫폼에 모듈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트윈 기반의 기체 진단 및 예지보전 솔루션, 초경량 복합소재 설계 및 생산 스타트업들도 향후 항공 제조와 유지보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항공 모듈형 비즈니스의 주요 분야>
1. AI 기반 항법 및 충돌회피 모듈: 드론, UAM 등에 적용되는 실시간 판단 알고리즘과 지형 인식 기술
2. 고성능 복합소재 및 부품 경량화 기술: 탄소섬유 강화 소재, 3D 프린팅 기반 항공 부품 생산
3. 친환경 연료 모듈: 수소연료전지, SAF(지속가능 항공연료) 혼합공급 장치
4. 사이버보안 및 위성 통신 시스템: 위성항법(GNSS) 보정 기술, 전자전 대비 통신 암호화
5. 예지정비 및 디지털 트윈: AI 기반 항공기 상태 예측 및 유지보수 자동화
이들은 각각 독립된 기술이지만, SI 기업의 플랫폼에 연계되면 통합 솔루션으로서 글로벌 수출 상품이 된다. 스타트업은 핵심 모듈을 고도화하고, 대기업은 이를 글로벌 인증 및 양산 시스템에 통합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가치사슬을 위한 정책적 시사점>
이러한 산업구조 전환 속에서 정부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과거에는 부품 국산화와 R&D 지원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플랫폼-SI-모듈" 생태계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방산 수출형 프로젝트에서 스타트업 모듈이 포함될 수 있도록 제도적 연계가 마련돼야 하며, SI기업과 스타트업 간 공동개발과 실증 인프라 공유가 가능해야 한다.
또한 항공 스타트업이 직면한 고난이도 인증 획득, 시험비용, 군 표준 대응 등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공공 인증 공유 플랫폼' 구축도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항공산업은 이제 더 이상 일부 대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항공우주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대, 우리나라는 SI 대기업과 모듈형 스타트업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글로벌 기술표준을 주도하고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항공산업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구조 자체를 혁신적으로 설계하는 전략적 관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전략적 관점에 따라 정부의 연구개발 방향도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2026년도 항공우주 분야 연구개발방향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