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PC 시장이 커지면서 전력 소모가 절감되고 빠른 응답 속도를 자랑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 적용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OLED 디스플레이 패널에 필수적인 핵심 시스템 반도체 타이밍 콘트롤러(TCON·티콘) 수요가 늘고 있어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에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아나패스의 이경호 대표(1969년생)는 지난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의 언론 인터뷰는 올해 처음이다. 2002년 11월 29일 설립된 이 회사는 4차 산업혁명과 메타버스 시대의 핵심 기술인 OLED 디스플레이 패널에 들어가는 ‘티콘’과 디스플레이 구동 IC(Display Driver IC·DDI)를 주 사업으로 하는 팹리스 반도체 회사다. 본사는 서울특별시 구로구 디지털로31길 61 드림마크원 건물에 있다. 총 130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고 이중 연구개발(R&D) 인력은 절반이 넘는 70여명이다.
IT OLED 패널용 ‘티콘’과 모바일 OLED 패널용 ‘TED’가 주력 제품
주력 제품은 IT OLED 패널용(태블릿, 노트북, 자동차) 티콘과 모바일 OLED 패널용(스마트폰, 휴대용 게임기 등) ‘TED 칩셋’이다. 티콘은 LCD, OLED와 같은 다양한 방식의 패널 구동에 필요한 핵심 부품으로 디스플레이 장치에 글자·이미지 등의 영상이 표시될 수 있도록 각종 제어 신호 및 데이터를 생성해 디스플레이 구동칩으로 하여금 패널을 구동할 수 있도록 신호를 제공하는 IC(집적회로)다. TED는 티콘과 DDI를 하나의 칩으로 합친 것으로 스마트폰용 모바일 OLED 패널의 구동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칩이다.
아나패스의 핵심 기술은 150여개의 보유 특허로 개발된 독창적인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 반도체 회로 기술(티콘, TED,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2006년 자체 개발 및 특허를 보유한 AiPi(Advanced Intra Panel Interface) 기술을 바탕으로 대형 LCD TV 패널용 티콘을 공급했고, 2015년부터는 IT OLED 패널용 티콘 그리고 2018년부터는 모바일 OLED 패널용 TED를 글로벌 1위 패널 제조사(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하고 있다.
AiPi는 아나패스가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는데, 티콘에서 DDI로 클록을 내재화해 데이터 신호를 전송하는 패널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AiPi는 기존 방식 대비 채널당 전송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패널 모듈 간소화와 DDI 개수 감소, 전력 소모 절감 등을 달성한 혁신 기술로 고객사 제품 기술 경쟁력과 원가절감 두 토끼를 잡았다. AiPi는 글로벌 1위 패널 제조사(삼성디스플레이)에 채택돼 세계 첫 240Hz LED TV와 3D TV, 스마트 TV, UHD TV, 커브드 모니터, 8K TV 등 새로운 프리미엄급 플래그십 제품(최상위 제품)이 등장할 때마다 최우선적으로 적용됐다. 디스플레이 세계 최고 권위의 SID로부터 최우수 논문상을 받으며 업계와 학계로부터 인정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인텔, AMD, 퀄컴, 엔비디아 등 AI PC용 주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와의 호환성 인증과 함께 AI PC 파트너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며 “AI PC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땐 티콘의 매출이 수직 상승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IT OLED 패널은 2023년 710만대에서 올해 2370만대를 거쳐 2030년 9020만대 수준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부터 생성형 AI가 탑재된 AI PC 제품이 봇물 터지듯 출시되고 있다. 이 대표는 “AI PC는 한정된 전력으로 AI 서비스까지 구현해야 하기에 전력 효율성이 중요하다”며 “OLED는 LCD 대비 30% 전력 절감 효과가 있어 AI PC용 최적의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IT 디스플레이가 LCD 패널에서 OLED 패널로 빠르게 바뀔 수 있는 대목이다. 작년 6월에 판매를 시작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플러스 PC 탑재 노트북 대부분은 OLED 패널을 선택했다.
이경호 대표 “AI PC 시장 급성장 … 2027년 매출 최소 5000억 도전”
이 대표는 “AI PC는 전력 소모와 반응 속도가 중요하기에 OLED 패널이 머잖아 대세가 될 것이다”며 “티콘이 글로벌 1위 패널 제조사에 공급되는 만큼 매출과 이익의 질이 좋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티콘은 ‘디스플레이 두뇌’라고 불리는데 노트북에 1개 정도 들어가고 비싼 제품은 8~9달러에 달한다. 또 “고객사(삼성디스플레이)의 AI PC OLED 점유율이 압도적인데, 우리가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만큼 사업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805억원, 영업이익 171억원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은 따놓은 당상이다. 영업이익률도 20%가 넘을 수 있다. 작년 매출 1822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이었는데 올해 매출이 거의 반 토막 난 이유는 스마트폰 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나패스가 공급하는 모델이 출시 지연으로 인한 것이라 내년에 매출이 상당 부분 반영돼 덩치도 커진다고 한다.
그는 “AI 노트북 시장과 스마트폰이 커질수록 ‘OLED 디스플레이 두뇌’를 공급하는 아나패스도 동반 성장한다”며 “2027년 매출 최소 5000억, 영업이익 15~20%를 목표로 뛰겠다”고 힘주었다. 특히 “내년 글로벌 업체들의 OLED 8.6세대 라인 가동이 시작되면 AI 노트북 등 IT 기기에서 OLED 탑재율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수혜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또 “모바일 OLED 패널용 TED IC 제품과 이에 최적화된 메모리 인터페이스 기술도 개발·보유하고 있다”며 “고화질·고해상도·대형화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분야에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평가받는 이 기술은 기존 메모리 인터페이스 방식 대비 핀 수 감소, 구동 IC 크기 축소 등을 구현해 패널 모듈의 원가 개선과 베젤리스 디자인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아나패스의 모바일 OLED 패널용 TED 칩셋은 2018년 와이드 쿼드 고화질(WQHD·2560x1440 픽셀 해상도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에 적용되기 시작한 후 세계 최초의 UHD 해상도 OLED 스마트폰, 폴더블폰 등 국내외 메이저 업체에서 쓰고 있다. 2022년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OLED 출하량은 5억5000만대로 삼성디스플레이가 7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5G(5세대 이동통신)폰 확대 및 폼팩터 다양화로 플렉서블 OLED의 폭발적 수요 증가도 예상되고 있다. 13억대 스마트폰에서 OLED 점유율은 2021년 41%에서 2023년 49%로 증가할 것으로 옴디아는 전망하고 있다.
출처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