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1일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행사장 밖에서 지난 8일(현지시각)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전세계 ‘기후총회’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서른번째 당사국총회(COP30)가 10일(현지시각) 브라질의 아마존 도시 벨렝에서 막이 오른다.
이번 총회는 ‘신기후체제’라 불리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 협력 체제의 기틀이 된 ‘파리협정’이 맺어진 지 10년째 되는 해에 열린다는 데에 그 의미가 깊다. 그러나 파리협정에서 결의했던,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 1.5도 상승 억제’ 목표의 달성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는 등 신기후체제는 날이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파리협정 당시였던 2015년 518억톤이었으나, 2024년 577억톤으로 느는 등 아직도 정점을 찍지 못한 채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이번 세기말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3~2.5도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파국’의 그림자는 한껏 짙어진 상황이다.
의장국 브라질은 ‘공동체적 협력’을 뜻하는 아마존 원주민의 개념 ‘무치랑’(mutirão)을 이번 기후총회의 열쇳말로 내세웠다. 초강대국 미국의 부재 속 ‘기후총회 무용론’까지 불거진 비관적인 현실 속에서, 국제사회는 과연 손을 맞잡고 파국을 막을 ‘행동’을 도출해낼 수 있을까.
지난해 1.55도로 저지선 넘어
신기후체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첫번째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이던 ‘교토의정서’(1997) 체제와 구분된다. 역사적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온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했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협정은 선진국뿐 아니라 모든 국가가 감축 의무를 지되 각자의 감축량을 자발적으로 결정(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하도록 했다. 또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도까지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공동의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지구 온도 상승폭,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등은 갈수록 늘고 있다. 지구 온도 상승폭은 2015년 1.04도였는데, 지난해 1.55도를 기록하며 파리협정의 목표값 1.5도를 초과했다. 지난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577억톤)은 전년보다 2.3% 증가했는데, 2%대 증가율은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이지 않던 2000년대 수준이다. 되레 위기가 더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파리협정의 근본적인 한계에 대한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1.5도 목표’가 무너지면 과연 무엇을 목표로 삼을 것인지, 각국의 자발적인 계획에만 기대어도 되는지, 선진국의 책임을 물을 구속력과 집행 수단을 확보해야 하는 것 아닌지 등이다.
각국은 올해 2035년까지의 감축 목표를 제출해야 하는데, 유엔환경계획은 “각국이 제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모두 이행하더라도 이번 세기말 지구 온도는 2.3~2.5도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개발도상국들의 기후위기 ‘적응’을 돕겠다며 선진국들이 모으기로 한 ‘기후 재원’ 조성은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두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초강대국’ 미국은 아예 파리협정을 탈퇴했고, 이번 기후총회에도 불참할 전망이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파리협정 체제의 현실에 대해 “각국 입장에서 다른 나라가 배출량을 줄여주면 좋고 우리 나라는 줄이기 싫은 ‘무임승차’의 대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한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1.5도 목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세계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는 기준이 됐고, 자율적인 감축 목표 역시 선진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들을 참여시켜 전지구적 ‘행동’이 펼쳐질 수 있는 장을 열었다. 구속력이 없다고는 하나, 파리협정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국가 책임을 묻는 ‘기후소송’이 인용되는 준거가 됐다. 올해 7월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모든 국가가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할 의무가 있다는 ‘권고적 의견’을 발표하는 등 국제법적으로도 그 의미가 확인됐다. 파리협정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도 큰 성과로 꼽힌다.
“혁신적 행동 땐 1.5도 아래로”
목표값을 잠시 벗어나는 ‘오버슈트’가 일어났다고 해서 파리협정의 목표가 무산된 것도 아니다. 기후는 “30년 동안의 날씨 변동성”이라, 1.5도 목표 역시 1~2년 단위로 달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세계기상기구(WMO)는 ‘단일 연도’에 1.5도를 넘어선 것이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뜻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연구단체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1.5도 목표 구하기’란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및 세계 경제의 전기화 등 혁신적인 ‘기후 행동’으로 2050년 이전 지구 온도 상승폭을 1.7도로 제한하고, 화석연료의 빠른 단계적 폐지와 메탄 배출량 감축, 탄소 제거 기술의 확대 등으로 2100년까지 1.5도 아래로 낮출 수 있다”며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했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파리협정이 총론적으로 성공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일부 국가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매년 이어가고 2020년 전후로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이 급격히 확산하는 등 분명히 성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1.5도 목표의 수정·보완이 어떻게 논의될 것인지, 미국이 빠진 ‘기후 거버넌스’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미국 대신 중국이 어떤 구실을 할 것인지 등을 이번 브라질 기후총회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으로 꼽았다. 윤세종 플랜1.5 활동가(변호사)는 “파리협정 이후 수많은 나라들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감축 목표를 만들어내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큰 의미”라며, “이젠 어떻게든 전지구적으로 배출량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선순환의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신기후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이를 대체할 대안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기후총회 내부로부터 ‘체제 내 개혁’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기후총회 시스템의 대안은 모두가 아닌 소수만이 기후재난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자유방임’일 뿐”이라며 이번 기후총회에서 ‘방향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장국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총회 개막 전 영국 가디언에 보낸 기고에서 “오늘날 다자주의는 마비 상태에 있다”며 “이번 기후총회에서 유엔 총회와 연계된 ‘유엔 기후변화위원회’(UN climate change council)의 창설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가 약속을 이행하도록 보장할 수 있는 힘과 정당성을 갖춘 새로운 거버넌스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출처 한겨레